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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트럼프가 내게 준 새해 선물

12월 한 달 내내 정치권은 물론 온 미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말을 꼽으라면? '미 투(me too)' 곧 '나도 당했다'는 할리우드의 성폭력 스캔들을 떠올리겠지만 천만에. '미 투'는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뜬금없이 들리겠지만 '짐승을 굶겨라(starve the beast)'로 요약되지 않을지 싶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감면 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세금을 깎아준다는데 개인이건, 기업이건 이 말만큼 피부에 와 닿는 것도 없지 않은가.

'짐승'은 정부를 일컫는다. 그냥 내버려 두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습성이 있어서다.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려면 방법은 딱 하나. 세금을 적게 거두면 된다. 쓸 예산이 쥐꼬리만큼인데 정부가 발버둥 쳐봤자다.

'짐승'의 원조는 로널드 레이건. 오죽했으면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믿지 말라. 정부 자체가 바로 문제"라고 경고하지 않았는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인데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우선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전자는 작은 정부, 후자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 보수냐, 진보냐는 그다음에 따져볼 문제이고.

레이건의 당적은 공화당이다. 그의 통치철학 역시 작은 정부에 방점이 찍힌다. 이쯤 되면 레이건이 왜 정부를 '짐승'이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가겠다. 방치하면 몸집이 불어나 큰 정부가 되기 십상. 내 돈도 아닌데 일단 쓰고 보자는 행태가 공무원사회에 번지게 된다. 세금이 줄줄이 새는 건 불 보듯 뻔할 테고. 그래서 레이건의 국정운영 지침은 '짐승을 굶겨라'다.

레이건은 파격적인 세금감면 조처를 취했다. 집권당에서조차 난리가 났다. 나라 살림살이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레이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화술의 달인' 답게 반대자들을 구슬려 가며.

세금을 내리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그러면 새 일자리가 생겨나고. 개인도 마찬가지다. 여윳돈이 생겨 소비가 늘어나고, 그러면 경기가 되살아나고. 레이건은 궁극적으로는 세수입이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짐승'을 쫄쫄이 굶긴 결과는? 레이건이 퇴임할 무렵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세수입 1조 달러 시대를 맞는다. 그의 예측대로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짐승'을 굶긴 덕분에 미국은 최고의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군사력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최강자로 우뚝 서 지구촌에 평화를 안겨줬지 않은가. 레이건 재임 시절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 같다.

트럼프의 이번 대규모 세제개편은 레이건 이후 무려 30년 만이다. 내용 또한 그때와 거의 닮은꼴이다. 웰페어나 메디케이드 등의 예산을 크게 줄이는 대신 기업과 개인의 세금부담을 크게 낮춰 제2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실현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다. 트럼프는 본디 정치인이 아닌 장사꾼 출신이어서 비즈니스 셈법은 어느 누구보다 빠삭할 터.

내 삶도 뭔가 크게 달라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새해가 기다려진다. 세금 적게 내고 경기도 좋아진다는데. 트럼프를 믿어 보자.

또 하나. 이참에 내 안의 '괴물'도 굶기면 어떨지. 탐욕, 분노, 증오, 폭력, 마약, 음주, 거짓…. 괴물은 언제나 달콤하게 다가와 공기처럼 전염되고 퍼지기 마련이다. '몬스터'가 지배하는 사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을까.

'괴물을 굶겨라(starve the monster)'를 새해결심으로 정해보자. '짐승'을 굶기면 주머니가 넉넉해지고, '몬스터'를 굶기면 마음이 맑고 깨끗해진다는데.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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