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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곪은 것이 터졌다

2017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Me Too)의 바람이 한국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의 연예계에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져 나올 때 나는 점심을 함께 먹는 직장동료들과 이러다가 누군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결국 '조민기'라는 배우가 죽음이라는 극단의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큰 사고나 뇌물 사건 등이 터지면 누군가 죽음으로 끝을 내곤 한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잘못된 정서가 아닌가 싶다. 사람이 죽기로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무엇이며 어떤 고통인들 참지 못하겠는가. 비겁하고 나약한 짓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이를 인정하고 벌을 받고 보상을 하여 죗값을 치러야 한다. 죄지은 사람의 가족까지 싸잡아 망신을 주는 일도 없어져야 할 일이다. 그 가족이 무슨 죄인가. 그들도 피해자인데.



성추행 문제는 결코 연예계나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던 문제가 그쪽에서 터진 것에 불과하다. 식당이나 다방에서 남성들이 여종업원의 몸을 만지고 직장에서는 여직원에게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일들이 묵인되어 온 것이 사실 아닌가.

내가 30년 동안 일했던 미국 직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직원에게 성적인 농담을 던졌다가 문책을 당하고 결국 퇴출된 수퍼바이저도 있었다.

직장에서는 매년 관리직원과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교육을 했다. 이에 따르면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은 물론 성적인 농담 또는 함부로 남을 훑어보는 것도 성희롱에 속한다. 성적인 농담은 지나가던 제삼자가 듣고 수치심을 느끼면 이 또한 성희롱이다.

직원의 책상에는 남에게 성적 수치심을 야기시키는 사진이나 물건을 놓을 수 없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칸막이 외벽은 물론 책상 주변도 모두 해당이 된다.

성희롱은 양방통행이다. 여자만 피해자가 아니라 남성도 여성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할 수 있다. '루스'라는 여직원이 있었는데, 그녀는 남자 직원과 이야기할 때면 꼭 옆에 붙어 팔을 쓰다듬거나 등을 어루만지곤 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직원의 목을 마사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누군가 신고를 했고, 그녀는 매니저로부터 단단히 혼이 난 후에 그런 행동을 그만두었다.

관리직에 있는 수퍼바이저나 매니저들은 누군가 성희롱을 보고하지 않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기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즉시 그런 행동을 저지하고 중단하게 하여야 한다. 만약 이를 방치했을 경우에는 회사가 직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 있다.

문제가 터진 다음에 수선을 떨기보다는 평소에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과연 미주의 한인사회는 '미투'로부터 자유스러운지 한번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고동운 / 수필가·전 가주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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