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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기타? 아니 랩과 힙합!

폴 매카트니와 조리 해리슨, 에릭 클랩튼, 닐 영, 빌리 깁슨의 기타(Guitar) 연주에 매료됐던 그 많은 '기타 히어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기타의 낭만은 이제 사라지는 것인가.

최근 언론에 몰락하는 기타 산업을 다룬 뉴스가 있었다. 한동안 밀레니얼의 소비패턴이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하고 옷보다는 음식과 게임, 여행, 경험 등에 더 많이 집중하면서 의류산업이 침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기타업계도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의 음악에 대한 기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팝과 하드록보다는 랩과 힙합에 매료된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기타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기타뿐만 아니라 아예 다른 악기 구매도 현저히 줄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지난 10년 새, 전자기타 판매는 150만 대에서 100만 대로 줄었다. 전자기타 생산의 선두권인 깁슨, 펜더, PRS기타는 많은 빚 때문에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전국에 280개 매장을 가진 최대 규모의 기타 판매업체, 기타센터홀딩스도 10억 달러 채무를 변제해야 할 처지라는 게 LA데일리메일 최근 보도다.

기타 등 악기산업이 침체를 겪는 데는 더 이상 사람들이 악기를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유가 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사람들은 유튜브 동영상 강의를 찾아서 필요한 정도만 배우기 때문에 기타 히어로를 더 이상 배출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비단, 시장의 변화가 의류나 기타 산업에만 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짐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흐름을 읽지 못하다가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는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만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시대라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1~2년 전부터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다. 빅테이터,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블록체인기술 등의 용어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정작 그런 단어들이 정의하는 기술이 어떤 것인지, 또 그로 인해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무지하다. 한동안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지구촌을 휩쓸다시피 했다. 주변에 주식투자하는 사람은 드물어도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과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알고 끌어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정보화사회의 도래를 암시한 '제3의 물결'이란 책은 1980년에 출판됐다. 그러나 20세기 정보화사회를 20년 앞서 예상한 토플러도 산업사회가 정보화사회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50년부터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농경사회가 산업화를 겪고 다시 디지털혁명,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하는 동안 분명 사회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을 터다.

침체한 의류업계는 기능성 소재 개발과 애슬레저웨어, 소비자 피팅 등의 변화를 통해 부진을 극복하고 있다. 어려움에 봉착한 기타업계에는 학교를 상대로 레슨과 공연을 하는 '스쿨오브록'이 대안으로 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옥스퍼드대학에서 낸 '고용의 미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0년 내 사라질 일자리로 텔레마케터, 시계수리공, 스포츠 심판, 회계사, 택시기사를 90%의 확률로 꼽았다. 시대의 변화를 냉정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변화에 맞춰 미래를 준비하라는 경고일 것이다. 기타가 아니라 랩과 힙합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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