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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지 인사이드] 홈리스 대학생의 졸업장

지난 5월은 졸업시즌이었다. 교육자에게 자기가 가르친 학생들이 사각모와 졸업가운을 입고 식장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보다 더 뿌듯하고 행복한 건 없을 것이다.

미국의 대학 문화가 한국처럼 졸업생들이 스승에게 선물이나 식사대접으로 감사를 표시하지 않지만 그래도 졸업생과 나누는 뜨거운 악수와 포옹에서 감사의 마음이 전해지고, 뜻밖에 보내온 이메일이나 카드 한 장이 마음을 감동시킨다.

3년 전 내가 가르쳤던 기사 작성법을 수강했던 대니얼이란 학생이 이번 졸업식을 마치고 내게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김교수님, 교수님은 내가 대학교에 첫발을 디딘날부터 지금까지 나의 여정을 항상 제 곁에서 지켜봐 주셨습니다. 교수님 강의를 세 과목씩이나 듣고 매번 다음 학기 수강신청 할 때마다 귀중한 도움을 주셨습니다. 교수님 때문에 많이 웃을 수 있었고 좋은 대학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수님은 제가 잘할때마다 칭찬을 해 주시고, 또 제 다른 친구들에게 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마나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다음에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제 인생과 직장준비에 커다란 도움을 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진심 어린 감사말을 받을 땐 정말 교수란 세상에서 최고의 직업이란 생각이 새삼 든다. 한편으론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졸업소식도 있다.



타니샤(TyNisha)라는 흑인 여학생은 본인 말에 의하면 자식을 키울 여건도, 준비도 전혀 안 되어있는 10대의 미혼남녀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때 가정을 버리고 떠났고 어릴 때부터 그녀는 어머니와 같이 홈리스 셸터를 드나들며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타니샤는 절대 대학진학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17살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떠나 LA에 와서 대학에 진학하였다. 타니샤가 그토록 원했던 대학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주위에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처지기 때문에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파트타임 일을 해야만 했다.

항상 강의시간에 진지한 자세로 참여하던 그녀가 갑자기 연달아 결석을 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룸메이트와 살던 아파트에 렌트가 밀려서 집을 나와 차에서 잠을 자며 버티다가 그만 심한 감기에 걸렸다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다행히 'Hope of the Valley'라는 홈리스 셸터에서 회복할 때까지 요양할 수 있는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다고 했다. 홈리스 셸터에 들어간 지 약 한 달 뒤 타니샤는 아파트에 방을 구해 이사했다고 알려 주었다.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대학교 근처 아파트 렌트 때문에 홈리스가 된 대학생이 결코 타니샤만이 아니다. LA커뮤니티칼리지교육구(LACCD) 산하 9개 캠퍼스에 다니는 학생들의 빈곤 상태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홈리스가 된 학생들의 수가 전체 재학생의 18%에 달하는 23만여 명이다. 또한 캘스테이트(CSU) 조사에 따르면 총 재학생 46만여 명 가운데 약 10%가 홈리스 상태이고 23%는 식료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타니샤는 나에게 보낸 졸업 이메일에 이렇게 썼다. "김 교수님, 항상 흥미로운 지식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한흑간의 인종관계 향상에 관한 교수님의 열정을 제가 앞으로 저널리스트가 되어도 간직하겠습니다."

계속되는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받아낸 타니샤와 대니엘의 졸업장, 세상에 어떤 경쟁률이 높은 명문대 졸업장보다 자랑스럽고 값진 졸업장이다. 그리고 이 졸업생들에겐 자신이 원했던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이 있기 때문에 미래에 역경이 다가와도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졸업시즌이 되면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나 역시 그들로부터 인생을 배운다는 걸 깨닫게 된다.


김태현 / 신문방송학과 교수 캘스테이트 노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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