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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신…잠자리도 막는 '거미손'

[흥미진진 월드컵 4강 수문장 대결]
승부차기 저주 푼 잉글랜드 픽퍼드
늦깎이 잡초 크로아티아 수바시치

프랑스 요리스 A매치 102경기 출전
벨기에 쿠르투아 순발력 뛰어나


"골키퍼가 약하면 토너먼트 최상위 단계까지 절대 못 올라간다. 러시아 월드컵이 보여주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한국의 '수호신' 이운재(45) 수원 골키퍼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팀에는 모두 '거미손'이 있었다.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는 11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결승행을 다툰다. 이 경기에선 '패기의 아이콘'의 픽퍼드와 '잡초' 수바시치가 수문장 대결을 펼친다.



픽퍼드는 지난해 10월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월드컵 개막 전까지 A매치에는 불과 3경기 출전했다. 한마디로 '풋내기'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이 A매치 75경기 출전에 빛나는 조 하트(맨체스터 시티)를 빼고 픽퍼드에게 골문을 맡겼다. 잉글랜드에선 논란이 일었다. 키 1m99㎝의 벨기에 골키퍼 쿠르투아는 1m85㎝의 픽퍼드를 향해 "톱클래스 골키퍼가 되기엔 키가 작다"고 혹평했다.

픽퍼드는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콜롬비아 다섯 번째 키커 바카의 슛을 왼손으로 막아냈다. 잉글랜드는 그전까지 세 차례의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모두 졌다. 픽퍼드가 지긋지긋했던 '승부차기의 저주'를 풀어준 것이다. 픽퍼드는 스웨덴과 8강전에선 세 차례 위기에서 선방했다. 김병지는 "픽퍼드는 어리지만 패기 넘친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과감한 리액션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고 평가했다.

크로아티아 수바시치는 '늦게 핀 꽃'이다. 오랫동안 주전 골키퍼 스티페 플레티코사에 밀렸다가, 서른살이던 2014년 주전이 됐다. 수바시치는 16강전 승부차기에서 덴마크 키커 3명의 슈팅을 막아냈다. 러시아와 8강전 승부차기에서도 승리의 주역이었다.

16강전에서 수바시치는 10년 전 축구 경기 도중 머리를 다쳐 사망한 친구 세스티크의 사진이 인쇄된 셔츠를 유니폼 안에 입고 출전했다. 8강전에선 후반 44분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지만 끝까지 버티며 골문을 지켰다.

김범수 울산 골키퍼 코치는 "수바시치는 8강전 승부차기 첫 키커 때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면서도 끝까지 왼손을 뻗어 슈팅을 막아냈다. 산전수전 다 겪는 잡초인생을 살아왔기에 가능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1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준결승전을 벌인다. '잠자리까지 막는' 프랑스 요리스와 '1m99㎝ 장신' 벨기에의 쿠르투아가 수문장 대결을 펼친다.

요리스는 우루과이와 8강전 전반 16분 입으로 잠자리가 날아들자 본능적으로 입술을 다물어 잡은 뒤 내뱉었다. 중계를 통해 이 모습을 본 팬들은 "잠자리도 그의 골문을 뚫지 못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전반 43분에는 잠자리처럼 날아올라 골이나 다름없는 상대의 헤딩슛을 막아냈다. 이운재 코치는 "골키퍼가 실점 위기를 넘기면 한 골을 넣은 것처럼 동료에게 힘이 된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대회 경험이 많은 요리스는 침착하고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요리스는 A매치 102경기에 출전했다.

쿠르투아는 8강전에서 환상적인 선방 쇼를 펼치며 '삼바 군단'을 집에 돌려보냈다. 쿠르투아는 키가 2m에 육박해 공중볼 다툼에 강점을 보인다. 몸의 밸런스도 좋아 동물적 순발력도 뽐낸다.

벨기에에선 쿠르투아의 선방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그의 이름(티보)을 딴 '티보잉(Thibauting)'이란 단어를 쓴다. 미국 프로풋볼(NFL) 쿼터백 팀 티보가 한쪽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를 팬들이 따라 하는 '티보잉(Tebowing)'에서 따왔다. 쿠르투아는 2013년 현재 대표팀 동료이기도 한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의 여자친구를 스페인에서 몰래 만났다가 들켜 논란을 야기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선 골키퍼의 패러다임이 바뀐 게 역력하다. 예전 골키퍼는 잘 막고 잘 걷어내면 충분했지만, 현재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한다. 김범수 코치는 "(이번 대회의 두드러진 점은) 골키퍼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4강 팀 골키퍼 모두 빌드업(공격을 전개하는 것) 과정이 좋고, 발기술도 뛰어나다. 픽퍼드는 박격포로 표적을 때리듯 조준한 곳으로 정확히 킥을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세트피스, 즉 코너킥과 프리킥에 의한 득점 비중이 그 전보다 커졌다는 점이다. 김병지는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11골 중 8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넣었다. 일반적으로 조별리그의 세트피스 득점 비중이 25~30%였다면, 16강전 이상의 토너먼트에서는 50% 이상으로 올라간다"며 "바꿔 말한다면 골키퍼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얼마나 잘 막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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