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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일본 TV에 등장한 닭백숙 할머니

13일 일본 지상파 TV의 황금시간대인 밤 9시에 '오모니'들이 등장했다. '오모니'(オモニ)는 '어머니'의 일본식 발음. 민영방송 TBS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마쓰코의 미지의 세계'에서다.

여장 남자인 방송인 마쓰코 디럭스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 도쿄의 코리아 신오쿠보(新大久保)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요리의 달인 오모니'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들고 나왔다.

일본 내에서 한식의 상징이 된 치즈닭갈비와 순두부찌개에 이어 모듬전도 등장했다. 압권은 3년 전 장사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간 '닭백숙 할머니'였다. 전라남도 강진에 사는 그를 백방으로 수소문해 닭백숙 요리와 함께 스튜디오에 모셨다.

사회자 마쓰코는 과거 K-Pop 폄하 논란에 휘말린 적도 있지만 이날은 무척 진지했다. "정말 맛있다"를 반복하며 한국의 맛을 음미했다. 물론 사전 녹화였겠지만, 방송 자체는 매우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반발, 여기에 방탄소년단(BTS)의 '광복절 티셔츠' 논란까지 겹치면서 양국의 국민감정이 격화된 시점이다. 방송 취소를 고민할 법도 했지만, TBS는 이 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냈다.



같은 날 BTS의 도쿄돔 콘서트에는 티셔츠 논란 속에서도 4만5000명이 운집했다. 일본의 팬들은 BTS에 여전히 환호했다. 여러 정치적 문화적 이슈가 분출하면서 일본 내 반한 감정이 상당할 것이란 게 우리 국민들의 대체적인 정서다. 하지만 BTS의 공연이나 TBS의 '오모니' 출연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한류를 깔아뭉개고 싶은 이들은 일본 내의 소수일 뿐 전체 일본의 얼굴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런 정치적 갈등의 시기에 양국은 더 열린 마음으로 민간 교류와 소통의 채널은 더 여는 게 맞아 보인다. 따지고 보면 인터넷 우익이 주도해 불을 붙인 BTS의 티셔츠 논란이 커진 것은 서로에 대한 낮은 이해도 때문이었다. 일본인들이 원폭 피해에 대해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지, 일본 내 혐한 분위기를 이끄는 우익들에 대해 한국인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호 이해가 부족했다.

최근까지 양국의 민간 교류는 절정이었다. 한국에선 일본 여행과 일본 식당 열풍이 불었고, 일본에선 K-Pop·한식·한국 문학에 대한 '제3의 한류'가 힘을 키웠다. 서로에게 상처가 있다면 추스르고 다시 즐겁게 교류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서승욱 / 중앙일보 일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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