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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칠면조 굽는 우리 집

송편을 만들던 추억이 있다. 추석이 되면 새로 추수한 쌀을 방앗간에 가서 찧어 가루를 내고 물을 끓여 한 김 나간 다음 소금만 넣고 익반죽을 하여 온 가족이 만들던 송편이었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물론 햅쌀로 만들어서 맛있기도 하지만, 소금만 넣어 단백하고, 온 가족의 손맛이 들어간 송편은 또 다른 맛이 들어 있었으리라. 검정콩 밤 참깨 등 가족이 좋아하는 속을 넣는다. 가족이 둘러앉아서 송편을 만들며 이야기 장단에 흥이 절로 올라 송편 몇 채반을 만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화기애애하던 그때가 그려진다.

타국에 있는 나로서는 그때가 그리워서 얼마 전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한참 수다를 늘어놓고 있으니 "요즘 누가 송편을 만들고 있니, 주문만 하면 각가지 색깔의 예쁘고 달달한 맛 좋은 송편이 집까지 배달되는데…" 이젠 그런 모습은 보기 드물다고 한다.

내일은 추수감사절이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습관처럼 칠면조를 굽고 싶어진다. 마켓에 가면 제일 작은 칠면조를 찾는다. 며칠 전부터 언 칠면조를 녹여서 감사절 전날 밤이면 파인애플 캔을 넉넉히 물에 풀어서 칠면조를 담가둔다. 스터핑(stuffing)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버섯 샐러리를 넣고, 냄새 제거를 위해 파슬리와 마늘 등을 다져 넣는다. 칠면조 표면에 버터를 바르고 소금·후추·파프리카를 뿌려서 이른 새벽부터 오븐에 칠면조를 굽기 시작한다.



온 집안에 칠면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 열기로 거실까지 훈훈하다. 다른 방법도 많지만 우리 가족에게 맞는 요리방식을 찾은 거다. 조금은 분주하고 신경이 쓰이는 일이지만 가족의 구미에 맞게 만든다는 기쁨이 있다. 아이들은 칠면조 굽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지는 않지만, 어깨너머로 자연스레 칠면조 다루는 것을 보기도 하고, 굽는 냄새도 맡고, 가족이 함께 먹으며 스터핑에 무엇을 넣었는지 물어오면 답도 하며 모처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의 먼 기억 속의 송편이 아닌 이젠 우리 아이들의 기억에 "칠면조 굽는 우리 집"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어른들은 나에게 송편을 가르치지도 않았고 못생겨도 상관없는 저마다의 송편을 만들며 웃음소리로 점수를 매겨주던 가족의 모습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기억하듯, 아이들 중 내가 해오던 칠면조 요리를 누구든 이어서 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이들에게 훗날 더듬을 수 있는 추억으로만 남아도 괜찮다.

추수감사절에 못 먹으면 섭섭한 칠면조다. 그동안은 그레비와 크렌베리 잼에 찍어 먹었었다. 이번엔 다른 소스도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당근을 동글동글 썰어서 오렌지주스에 졸이다 중간에 버터를 넣고 다시 바짝 졸여서 만든 소스는 어떨까) 남이 만든 것이 아닌 직접 만든 우리 가족만의 취향에 따라 변형시킨 칠면조 요리를 가족과 나누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를 구워 먹으며 소중한 가족과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


김하영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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