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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감탄이 있는 삶

이해인 수녀님을 처음 뵌 건 7년 전 따스한 햇살이 좋은 늦봄이었다. 글로만 접했던 수녀님을 직접 뵙고 싶다는 마음이 줄곧 있었는데 좋은 인연의 기회가 생겨 기쁜 마음으로 부산 성베네딕도 수녀원으로 향했다. 처음 뵈었지만 수녀님은 다정한 이모님처럼 나를 대해주셔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마음이 금세 편안해졌다. 수녀님은 솔직담백하셨고, 따뜻하셨고, 은근한 유머도 있으셔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을 가진 분이셨다.

그런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모습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날 수녀원 정원을 함께 거닐다가 수녀님께서 치자꽃을 보시고 크게 감탄하시던 표정이다. 수녀님은 마치 치자꽃 한 송이를 온 우주가 수녀님을 위해 선물한 것처럼 기뻐하시고 어린 소녀같이 행복해하셨다. "혜민 스님, 이 꽃 좀 봐. 너무 예쁘지요? 향도 너무 좋아. 한번 와서 맡아보세요."

내 인생에서 '감탄하는 모습' 하면 생각나는 또 한 사람이 있는데,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의사 친구다. 이 친구는 항상 "우와!" "진짜로?" "대단해!" "굉장하다!" 같은 감탄사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다. 이 친구는 주로 사람을 향해 감탄을 많이 했는데 자기 주변 지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주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에도 늘 감탄했다. 아직 서툰 피아노 연주에도 어린 모차르트가 연주한 듯 아이의 음악에 감탄했고, 학교에서 작은 상이라도 받으면 아이의 노력과 성과에 감탄했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도 그 부분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 격려하고 감탄해주었다. 이런 아버지의 영향 덕분인지 조카 같은 두 명의 아이들은 반듯하고 자신감 넘치는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하나를 잘하면 이것에 안주하면 안 되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몰아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작은 성취에 감탄해주는 방식이 결국에는 아이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고 부모자식 간의 관계도 부드럽게 만드는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해 감탄한다는 것은 그 안에 감사하는 마음, 기뻐하는 마음, 공감하는 마음, 어린아이처럼 때 묻지 않고 순수한 마음이 함께 들어 있는 듯하다. 작은 존재 안에도 우주의 신비가 담긴 듯 관심을 갖고 섬세하게 보는 마음이고,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다. 남과 비교하거나 지금 상황을 저항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온전한 마음이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 옆에만 있어도 같이 즐거워지고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서울대 행복연구소 최인철 교수님은 책 '굿라이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너무 특별하게 생각해서 멀리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신다. 일상적인 것이 아닌 더 크고 대단한 것이 따로 존재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기에 행복과는 아직 먼 인생을 살고 있다고 오해한다고 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어올 때마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감탄하는 습관을 길러보라고 조언을 한다. 커피가 맛있는 것에 또 감탄하고, 처음 만나 사람인데 같이 아는 지인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시멘트 사이를 비집고 핀 작은 꽃송이에 감탄하고, 찾아보면 감탄할 일들이 참 많다. 더불어 그 감탄의 대상을 외부 대상 말고 본인 스스로를 향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자기 배려가 우선이 되어야 남도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탄을 하게 되면 별것이 아닌 것이 별것이 된다. 자신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이 있는 삶이 되시길 기원한다.


혜민 스님 /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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