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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혼란기 겪는 한 가정의 감동 스토리

베니스영화제 최고상 수상
알폰소 쿠아론의 자전적 영화
상업성 논란에도 평론가들 극찬

로마(Roma)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마리나 데 타비라, 얄리차 아파리시오
장르: 드라마, 아트 하우스
등급: R


영화 '로마'는 70년대 멕시코의 혼란기를 살아가는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로마는 유년기를 회상하는 알폰소 쿠아론의 영혼이 깃든 작은 신화이다. 무엇보다도 로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로마는 삶, 그 자체를 미스터리로 인식한다. 그 미스터리의 근간에는 인간의 삶을 창조하고 움직여온 무수히 많은 신화들이 존재하고 그 모든 신화의 근간은 사랑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로마는 가장 권위 있는 비평가상으로 꼽히는 뉴욕과 LA 비평가 서클에서 이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고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 거의 대부분의 주요 영화상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단지 사용언어가 스패니시인 관계로 다가오는 아카데미상에서는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후보지명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비티'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로마를 통해 관객들을 자신의 유년기로 초대한다. 쿠아론의 어린 시절 추억들이 흑백 영상에 그림처럼 이어진다.

정치적 격변기인 70년대초 멕시코시티의 '로마'라는 지역이 배경으로, 4자녀들 둔 중산층 가정에서 1년 동안 전개되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두 여성을 중심 인물로 하고 있다. 남편의 외도를 감지한 후 가끔 히스테리컬한 증세를 보이는 안주인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와, 시골 출신의 가정부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주인 마님과 하녀'의 관계에 있다. 가정의 불화와 사회적 억압이 이들의 삶을 통해 재현된다. 출신 성분과 계층간의 차별에서 오는 비애는 이 시대에도 엄연히 존재했다.

영화는 가사를 돌보는 클레오의 하루 하루의 일상을 세밀히 따라 다닌다. 말수가 적고 지극히 평범한 시골 처녀 클레오는 세상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의 상징이다. 그녀에게 주인집의 4남매를 돌보는 일은 최고의 즐거움이다. 클레오의 극진한 애정에 아이들은 깊은 포옹으로 반응하고 친구처럼 함께 놀며 엄마처럼 따른다.

동네 청년 페르민과 틈틈이 데이트를 하던 중 클레오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잔잔한 슬픔이 깔리기 시작한다. 이즈음 영화는 군의 민간인 학살을 초래한 1971년 학생 시위를 조명한다. 숨가쁜 시위의 시퀀스는 불행하게도 클레오의 유산으로 이어진다. 클레오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그녀를 버리고 도망간 페르민은 영화의 유일한 악인이자 '양아치'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클레오의 비극은 영화의 주제인 사랑을 끌어오기 위함이다. 아기를 잃어버린 클레오와 이혼을 결심하는 소피아의 불행은 이 두 여자를 연민과 사랑으로 묶어 놓는다. 바닷가에서의 포옹 장면은 눈물 없이는 지나갈 수 없는 이 영화의 핵심부이다. 쿠아론의 기억들이 작은 신화로 태동하는 순간이다.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장대한 서사시적 느낌은 사실 영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쿠아론은 자신의 지난 삶의 챕터들을 한 폭의 그림처럼 공감의 공간으로 재구성하였고 클레오라는 인물을 통해 눈물나도록 감동적인 인간애로 충실하고 세밀하게 화면을 채웠다.

로마는 영화사에 '매스터피스'로 기록될 것이다. 최고의 수훈은 단연 클레오를 연기한 신인 얄리차 아파리시오(Yalitza Aparicio)의 몫이다. 한 번도 카메라 앞에 서 본 적이 없는 이 무명의 배우를 쿠아론은 2018년도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등극시켰다. 아파리시오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고 한다. 신인 배우에게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무언의 감동 연기는 쿠아론의 섬세한 연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시대를 반영한 사실적 기억들을 담고자 흑백으로 제작됐다. 쿠아론 자신이 직접 촬영을 했다는 사실 또한 이채롭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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