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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로 풀어낸 '낯선' 미국 풍경들

한국화가 추니 박
갤러리 백아트 지원으로
LA아트쇼, 미국 데뷔전
100피트 대형작품도 전시

오래 머물게 한다. 처음 보면 웅장한 수묵 산수화인가 싶지만 또 잠시 보고 있자면 그 독특한 붓 터치의 신선함에 놀란다. 또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림 한켠에 '이건 뭐지'라고 생각되는 생뚱맞게 놓여 있는 '버스'나 '소파' 오브제에 고개가 갸웃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림 속에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 앞을 쉽게 떠날 수가 없다.

묘한 매력이 있는 한국화를 LA서 만났다. 내년 1월 23일부터 27일까지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LA아트쇼에 소개될 추니 박(한국명 박병춘) 작가의 그림이다. 지난 3년간 미국 진출을 위해 준비작업을 해왔다는 그는 내년 LA아트쇼가 미국 데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니 박 작가는 한국화 장르의 이단아로 불린다. 그림 소재에도 재료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의 자유분방함 때문이다. 먹을 기본으로 사용하지만 아크릴물감과 파스텔, 목탁, 콩테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또 자신만의 독특한 필법으로 풍경을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게 '검은 풍경' '흐린 산수', '낯선, 어떤 풍경' 등 끊임없이 실험적인 산수풍경 시리즈를 발표해왔다. 홍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으며 2009년 중앙일보 평론가 50인이 뽑은 3040작가 10인과 2007년 동아일보 올해의 예술가 한국화부분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박 작가의 미국 진출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는 곳은 수잔 백 대표가 이끄는 백아트 갤러리다.



백 대표는 '18th 스트리트 아츠센터(18th Street Arts Center)'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9월과 10월 두 달간 박 작가가 미국에서 작업을 지원했다. 백 대표는 "박 작가의 작품은 처음 딱 보면 재미없다. 근데 계속 보면 새로운 게 계속 보인다. 나무도 흙도 하늘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대형작품들의 경우 웅장함이 대단하다"며 "내년 LA아트쇼에는 박 작가의 100피트 길이 대형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가을, 18th 스트리트 레지던시에서 LA아트쇼를 준비하는 박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들어봤다.



-미국에서 머무는 시간은 어땠나.

"그랜드 캐년과 세도나 등 곳곳을 여행하며 미국의 자연을 우선 스케치로 담았다. 사실 그랜드 캐년에서 풍경화를 스케치하다가 욕을 했다. 뜻대로 안돼서다. 그 광활한 자연을 가져와서 이 작은 공간에 담는다는 것이 웃기지 않나. 근데 오기가 생기더라. '그래 한번 붙어보자'며 스케치를 했다. 어떤 그림이 나올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어쨌든 내가 사용하는 기법으로 그랜드 캐년과 세도나의 풍경을 그린다면 미국사람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보지 못했던 시각적 경험은 어떤 의미인가.

"세도나에 갔더니 불룩불룩하게 튀어나온 붉은 산들이 대단하다. 근데 세도나를 그린 서양화를 보니 몽땅 봉우리만 그려놨다. 감동이 오지 않았다. 실제는 '와~'하는 감동을 받으면서 그림에는 그 감동이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 그 산이 돋보이려면 벌판이 필요하다. 나무가 쫙 펼쳐진 라인을 이용해야 상승감도 있고 짠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또 서양화와 동양화의 시각적 차이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서양화의 시각적 차이가 무엇인가.

"우선 서양화에서의 풍경화는 사진처럼 바라보는 시각들이 많다. 내 풍경화는 사진으로 찍어서 나올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사진을 찍으면 소재들이 일직선으로 못 선다. 원근감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화에서는 걸으면서 관측하는 시각이 있다. 파노라마와 비슷하다."

-이번 LA아트쇼에서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소개되나.

"미국에 온 지 이틀째 되던 날 강원도 영월의 절벽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풍경은 영월인데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봤던 이들을 그려넣었다. 이름도 '샌타모니카의 기억'이다. 결국 작품은 내가 어디에서 어떤 아이디어와 동기를 받느냐가 중요하지 내가 어느 장소를 그렸는지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림을 보면 컬러로 표현한 오브제가 있다.

"이야기 코드다. 그림에서 사람의 시선을 끄는 '왜 그러지?' 라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의도한 바다. 언제부터인가 전세계 풍경에 버스를 그리기 시작했다. 내 그림 속에 있는 버스는 전세계를 달린다. '글라이더'는 사람이 날고 싶어하는 욕망을, '소파'는 휴식과 명상을 담았다. 그래서 제목이 '낯선, 어떤 풍경'이다."

-LA아트쇼에서 한인들이 봐줬으면 하는 관전 포인트가 있나.

"한인들을 만나보니 한국의 문화 그림의 변화를 추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식당에 가면 걸려 있는 전형적인 산수화만을 생각한다.아무래도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현대미술이 접목된 한국화의 변모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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