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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대 사진 기자 '힘들었지만 낭만은 있었다'

시애틀: 컴퓨터 박물관

1976년 애플을 공동창립하며 컴퓨터의 역사를 새로 쓴 스티브 잡스(왼쪽)의 Apple1 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의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전시되어 있다.

1976년 애플을 공동창립하며 컴퓨터의 역사를 새로 쓴 스티브 잡스(왼쪽)의 Apple1 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의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전시되어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60년대 말 흑백 TV로 보던 미국의 공상과학 드라마 '스타 트렉(Star Trek)'에는 모니터를 통해 서로 얼굴을 보며 얘기한다거나 접었다 폈다 하는 전화기로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해할 수 없었다. 신기했지만 허구의 공상과학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위해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동원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스타 트렉' 커크 선장이 손에 들고 통화하던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를 1973년 모토로라의 마틴 쿠퍼 박사가 연구해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 전화기를 상용화했다.

대학에서는 알듯 말듯한 컴퓨터 언어를 수업했는데 컴퓨터 실물을 본 적이 없었다. 컴퓨터라는 이상한 물체를 80년대 초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통제구역 유리창 너머로 본 게 전부였다.



90년대 들어서도 기자들은 편집국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워가며 원고지에 기사를 썼다. 정말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설립자인 폴 알렌이 2006년 설립한 컴퓨터 박물관은 최첨단 수퍼 컴퓨터도 보유하고 있지만 빈티지 컴퓨터를 수집 복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설립자인 폴 알렌이 2006년 설립한 컴퓨터 박물관은 최첨단 수퍼 컴퓨터도 보유하고 있지만 빈티지 컴퓨터를 수집 복원하고 있다.

사진기자들은 암실의 붉은 등불 아래에서 세상 온갖 것들을 인화지 위에 옮겨 세상에 알렸다. 암실작업을 하면서 고뇌를 풀던 고독한 독백은 지금 생각하면 낭만적이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진 전송을 위해 AP Leafax라는 전화선에 연결해 사진을 전송하는 아날로그 전송기를 사용했다.

이 전송기는 필름 스케너가 달려 있어 컬러 네거티브를 스캔해 색의 3원색인 Cyan, Magenta, Yellow로 색분해해 전송했는데 사진 한 장을 보내는 시간이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전송 중간에 전화사정이 좋지 않으면 다시보내는 수고를 해야 했다.

어린이도 전화기로 동영상과 사진파일을 전송하고 라이브로 의사소통을 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출장을 한 번 가려면 사진장비가 어마어마했다. 보통 2대의 카메라와 광각줌렌즈, 망원줌렌즈와 스트로보를 가지고 다녔는데 스포츠 취재를 위해서는 600밀리 대구경 망원렌즈까지 챙겨야 했다.

여기에 필름과 컬러필름 현상약품, 어디서나 현상할 수 있는 현상 장비(헝겁으로된 다크룸 백, 릴, 스테인리스 릴통, 온도계, 물온도 올리는 장치, 약물통, 약물을 계랑하는 비이커, 타이머, 필름 말리는 드라이어 등)와 무거운 사진 전송기까지 가지고 다녔다.

많은 장비를 들고 비행기를 타고 환승하며 다니기란 고역이었다. 그러다보니 개인짐은 될 수있으면 줄여 다녔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들어 점차 사진장비가 디지털화 되기 시작했는데 Nikon Cool Scan LS1000 필름 스캐너에 12인치 화면의 삼성 랩탑 컴퓨터에 포토삽3.0을 사용했다.

반 디지털 시대였다. 이때부터 사진 전송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현상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필름을 겹쳐 현상해도 36컷 필름 8통이었다.

한국 사진기자들이 릴 4개 들어가는 현상통에서 8개의 필름을 꺼내면 미국, 일본 사진기자들은 모두 놀라며 어메이징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진기자들끼리 필름 빨리감기 내기도 했었다.

그 시절도 무거운 전송기만 가지고 다니지 않았지 짐의 부피는 비슷했다.

1999년 6월 발매된 최초의 프로패셔널용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DSLR)인 Nikon D1이 출시되고 2000년 초 이 장비를 지급 받으며 디지털시대에 돌입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신문사에 암실이 사라지고 컴퓨터가 암실을 대체했다. 암실은 아날로그 세대의 추억으로 남고 낭만은 사라졌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인류의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변화한 제1의 물결, 농경사회에서 대량생산이 이뤄진 제2의 물결,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제3의 물결로 얘기했다.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은 수천 년이 걸렸고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300년이 걸렸다. 제3의 물결인 디지털 혁명은 불과 20~30년도 걸리지 않았다.

디지털 혁명은 컴퓨터, 전자, 미생물, 생명공학, 우주공학에 혁신을 일으키며 발전하고 있다. 로봇, 인공지능(AI), 3D프린터, 바이오산업은 놀랄 정도로 세상과 현대인들의 의식구조를 바꿔 놓고 있다.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우리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급속하게 변하는 과도기를 살면서 현실에 뒤처지지 않으려 허둥지둥 인생을 보냈다. 하지만 아날로그적 향수에 젖는 건 긴 아날로그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의 인지상정이지 싶다.

워싱턴주 시애틀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첨단 기업들이 있는 도시답게 컴퓨터 박물관(Living Computers Museum and Labs)이 있어 관람을 했다. 이곳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렌(Paul Allen)에 의해 2006 년 초 설립되었다.

이 박물관은 지난 50년 동안 발생한 디지털 혁신을 탐구하고 컴퓨터의 역사와 발전과정 그리고 현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고 일반인들에 공개해 교육하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컴퓨터를 통한 가상현실 체험이나 빅데이타를 추적, 해독 및 분석하는데 사용되는 장비를 전시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자신의 비디오 게임을 제작할 수있는 실험실(Game Makers Space)도 있다.

시애틀 컴퓨터 박물관은 최첨단 수퍼 컴퓨터도 보유하고 있고 빈티지 컴퓨터를 수집 복원하고 있으며 전시는 물론 방문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컴퓨터 박물관 중 한 곳이다.


신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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