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자락은 후회다. 매년 오는 연말도 예외는 아니다.
#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일상에서 가장 갈등을 겪는 순간이다. 요즘처럼 쌀쌀할 때는 얼큰한 국물의 짬뽕이 생각나지만 막상 서너 젓가락 먹다 보면 옆 자리의 달콤한 짜장면이 아쉽다. 며칠이 지난 후 그 아쉬움을 채우고자 메뉴를 뒤바꿔도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짬짜면'이 나왔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그 메뉴의 파워는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이유는 후회가 안 남기 때문이다. 짜장면(짬뽕)을 시키면 '짬뽕(짜장면)을 시킬 걸' 하는 후회가 있어야 다시 중국집을 찾게 되는데 두 개를 동시에 다 먹게 되다 보니 무덤덤해지는 것이다. 결국 중국집을 찾는 빈도가 적어진다. 양손에 떡을 쥐면 '앉아있게' 마련이다.
후회는 선택의 상황에서 발생한다. 선택할 것이 많은 사람은 이래도 저래도 후회다.
# 프랑스어에는 'L'esprit de l'escalier(레스프리 드 레스깔리에)'라는 말이 있다. 마음, 정신을 뜻하는 에스프리와 계단을 뜻하는 에스깔리에의 합성 관용구다. 직역하면 '계단의 정신'.
남의 집에 초대를 받아 먹고 마시고 한참을 떠들고 난 후,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아, 그때 그런 농담을 했으면 기가 막혔을 텐데'하고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농담이나 기지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말을 내뱉고 나서 또는 일을 저지르고 나서 드는 후회를 뜻한다. 이탈리아 속담에는 '배가 가라앉은 다음에야 배를 구할 방법을 알게 된다', 우리 속담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영국에는 좀 살벌한 속담이 있다. '죽은 자식 눈 열어보기'.
후회는 세상 어느 지역에나 다 있는 감정이다. 사람이라는 생물은 대부분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하지만 고쳐지기는 힘든 존재라는 걸 옛날 사람들도 다 알고 있었다. 전부 '하지 말자'는 경고성 이야기다.
# 이맘때면 행복 조바심에 빠진다. '~해야 하는데'. 이 말은 곧 '~했어야 했는데'로 바뀐다. 다시 말해 행복 조바심은 후회를 낳는다. 행복이라는 것이 가물에 콩 나듯 생기는 거라서 사실 우리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는 통속적인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교과서류의 수많은 말이 나온다. '후회에 휩쓸리지 말고, 그것을 교훈 삼아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게끔 반성하고 다짐해라' '인제 와서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후회해야 한다. 후회가 많다는 것은 제대로 살았다는 거다. 후회가 있어야 삶의 모든 행위에 의미가 있다. 후회는 뒷걸음이 아닌 변화의 서막이다. 후회는 선택, 목표, 도전의 같은 말이다. 새해 첫날이 다가온다. '세우고 무너지고'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결국엔 '대충 그냥 그렇게'로 이어지지만 저마다 결심을 세우는 시기다.
새해에는 후회를 쏟아내자. '작심삼일'을 삼일 꼴로 작행(作行)하자. 계단에 서서 떠오르는 후회는 소중한 영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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