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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매니큐어 바르는 남자들

매니큐어(manicure)는 라틴어인 ‘마누스(손)’와 ‘큐어(손질)’의 합성어로 주로 손톱을 아름답게 꾸미는 화장법을 의미한다.

매니큐어는 고대 이집트에서도 유행했다고 전해질 만큼 그 역사가 깊다. 한국에서도 봉숭아 꽃물을 손톱에 들이는 풍습이 있다.

매니큐어는 화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한층 유행을 탔고 오늘날 많은 네일 아트숍에서 여성들이 손톱 손질을 받고 있다.

미를 중시하는 남성도 네일 아트숍을 찾고 있다. 그중에는 야구 포수도 포함된다. 포수가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할 때 보면 손톱에 형형색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자신의 손톱 보호보다는 사인을 보는 투수를 위한 배려다.



포수는 야구에서 가장 힘들고 고단한 포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선수와 달리 유일하게 쪼그려 앉아 경기한다. 그것도 얼굴에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4kg이 넘는 보호 장구를 몸에 두른 채로 일어섰다 앉기를 수백 번씩 반복한다.

포수라면 무릎 관절에 이상이 오는 것을 숙명으로 여길 정도다. 평균 3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경기에 더운 여름철이면 보호 장구 속에서 한증막을 체험하기 일쑤다.

또한 포수는 경기 전체를 보고 리드를 한다. 그래서 포수 출신 리더가 많다. 한국, 일본, 미국 프로야구 감독 중 포수 출신이 많다. 경기 중 포수는 그라운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멀리, 전체를 본다. 투수와 소통은 물론 내·외야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안방마님’이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포용력과 리더십이 모두 중요시된다.

그래서 미국의 아버지들이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칠 때 필독하는 ‘당신의 자녀에게 가르쳐 줄 101가지 야구 이야기’라는 책에는 가장 영리하고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있어 보이는 아이를 포수로 택하라는 충고가 있다. 포수야말로 리더십이 필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리더는 포수와 마찬가지로 힘든 역할에 불만을 품어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조직에 대한 기여와 구성원의 성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보람을 느낄 때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편안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누구나 더 많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편안함을 주려면 불안한 모습으로 실투성 공을 던지는 투수를 ‘온몸으로 블로킹’ 해주는 노련한 포수와 같은 리더가 돼야 한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외롭고 힘든 자리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알아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반대로 리더의 고민과 어려움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이는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리더는 포수와 마찬가지로 힘든 역할에 불만을 품어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조직에 대한 기여와 구성원의 성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보람을 느낄 때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올해는 미국과 한국에서 리더들을 뽑는 큰 선거가 있는 해다. 내가 몸담은 작은 동호회, 회사, 나아가 정계 등에서 포수 같은 리더를 만나고 싶다.


이승권 / 기획콘텐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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