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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사월은 잔인한 달’

T. 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미국 TV에서도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얼마나 더 잔인해질 것인가? 4월이면 지천으로 피는 캘리포니아 퍼피꽃 구경을 작년에 못 가 금년엔 꼭 가리라고 다짐을 했는데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얄궂은 세상이 됐다.

내 나이 10대의 4월은 보릿고개로 굶주림을 참아야 했다. 20대에는 격동의 4.19혁명을 겪었다. 그날은 내가 육군 이등병으로 첫 휴가를 나오던 날이었다. 데모대 가운데 학교 친구가 나를 보고 ‘야 성수야, 빨리 들어와!’ 하며 손짓하는 것을 보았다. 휴가 첫날 어머니가 보고 싶어, 나는 울면서 비겁하게 집으로 갔고 그 후 그 친구와는 소식이 끊어졌다.

나의 잔인했던 4월 이후 지금,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4월의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일상으로 산과 바다를 마음대로 찾아가고, 만나고 싶으면 어느 때나 오가던 일, 그것이 참으로 넘치는 축복이었음을 이제 알게 됐다.



교회에도 못 가고 온라인 예배를 보았다. 새벽 기도도 갈 수가 없다. 이번 주간은 고난 주간이다. 그리고 다음 주일은 부활절 주일 예배이다. 교회에서 부활의 주님을 찬양하고 말씀 듣고 떡을 나누는 사치스러운 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도 살아 있어 이 모든 인간사를 다 보고 계신 예수님이 베푸시는 긍휼과 자비와 사랑을 간구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를 향한 책망을 되새겨 주시는 은혜를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나눈다. 그러면서 홀로 방 안에서 자성해 보기도 한다. 올해 4월은 너무도 잔인한 달로 우리에게 왔다.


변성수 / 교도소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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