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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어느 날 문득…"아, 보이는구나"

전통적으로 불교의 목적은 '성불제중(成佛濟衆ㆍ부처를 이루고 중생을 제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더 중요할까. 성불을 강조하는 종단에서도 제중을 도외시하지 않고, 제중을 강조하는 종단에서도 성불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깨달음을 얻어 일체가 한 생명임을 알면 제중을 안 할 수 없고, 제중을 하기 위해서는 깨달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깨달음 없이 불교를 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경우에나 깨달음은 불교의 본령이라 할 수 있다.

짧은 여행만 하려 해도 목적지에 대한 조사는 필수다. 목적지의 기후, 물가, 치안, 관광 명소 등을 살펴보고 마음에 들면, 교통편을 알아본다.

목적이 '깨달음' 임에도 많은 수행자가 목적지와 이르는 방법에 대해 그다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듯하다.



깨달음에 대해 생각할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깨달음이 갖는 특별한 의미다. 보통 '안다' '이해하다'의 뜻으로 사용되는데, 이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둘째, '깨닫는다'는 동사는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이므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특정 분야에 능통한 사람을 '고수'라고 부른다. 교무 수련 기간 중 녹차 밭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다. 10년 정도 차를 만들어 오신 분과 함께 일을 했는데, 차 맛을 보면 잎을 얼마나 말렸는지, 얼마나 볶았는지 금방 알아내고는 다음날 작업에 반영한다. 그 맛이 그 맛이었던 필자에게는 마치 도사처럼 보였던 기억이 있다.

자동차 수리 분야에서 명인 칭호를 얻은 사람은 엔진 소리만 듣고도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초밥을 평생 만들어 온 요리사는 한 손에 쥐인 초밥의 밥알 수를 정확히 맞추기도 한다. 이런 고수들에게는 "녹차 만드는 법을 잘 안다" "차의 구조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다" "초밥을 잘 만들 줄 안다" 정도의 표현은 부족해 보인다.

깨닫는다는 것은 오랜 수련을 통해 대상과 하나가 된 경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성과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진리를 '언어도단의 입정처(入定處)'라 이르고, 알 듯 모를 듯한 수많은 화두를 수행하는 이유다.

인과보응의 진리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이성과 논리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인과보응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것은 인과보응의 진리와 하나가 되어 생활 속에서 인과보응에 바탕을 둔 생활을 한다는 의미다.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신인한테 보고 치라고 하면 못 알아들어. 본인이 못 깨우쳤으니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깨우치게 돼. 아, 보이는구나."

전 복싱 세계챔피언 박종팔 선수의 말이다.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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