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여인의 절절한 마지막 열흘
호프(Hope)
크리스마스 파티가 다가왔다. 안야는 고민 끝에 폐암이 뇌종양으로 전이된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기로 한다. 그리고 회의 끝에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스웨덴의 대배우 스카드의 연기는 영화에서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그는 여주인공 안야 역의 호픽을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호프’는 며칠 동안의 시한부 인생을 남겨 놓은 중년 여성 안야를 혼으로 연기한 호픽의 영화다.
노르웨이 국립극단의 대표적인 배우로 활동해온 호픽은 그간 간간이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활발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안야 역은 국제무대에 그녀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호프’는 2021 오스카 국제영화상 부문(노르웨이) 숏리스트에선정됐었지만, 최종 후보 지명은 받지 못했다. 토론토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에서 상영됐고 유럽 영화상 등에서 호픽이 다수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호프’는 안야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열흘 동안 벌어지는 안야의 안타까운, 그러나 치열한 삶을 동정심을 자극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안야의 심리 안에서 그려 나간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로 남기 위해 가족이 함께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를 넘기려 하는 안야의 절박한 심리 상황이 애처롭다.
남편 토마스와는 몇 번의 결혼식을 준비했지만 이루지 못했었다. 토마스는 순간순간 절망하는 안야의 분노를 묵묵히 받아준다. 토마스의 아이들보다 자신의 아이들을 더 사랑했던 것 같다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도 건넨다.
죽음을 앞둔 그녀에게 후회와 슬픔조차도 더 이상 부질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 순간 안야에게 말로 표현 못 할희망같이 것이 찾아온다. 그녀의 애달픈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건 오히려 안야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극도의 절망이 지나가면 오히려 희망이 찾아오는 것일까. 안야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회한과 허무 속에서 더욱 빛나는 안야의 진정한 여유가 느껴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영화다. 노르웨이의 오스카상 국제영화 부문 출품작.
영화평론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