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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학업 수준 저하가 최대 고민"

Cover Story l LA통합교육구 '김소리 교사' 인터뷰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팬데믹 전 학교 수업 중 찍은 김소리교사와 학생의 모습. 김교사는 팬데믹이 종식되어 학생들과 다시 얼굴을 맞대고 함께할 날을 기대한다.

팬데믹 전 학교 수업 중 찍은 김소리교사와 학생의 모습. 김교사는 팬데믹이 종식되어 학생들과 다시 얼굴을 맞대고 함께할 날을 기대한다.

저소득층 원격수업으로 더 큰 타격
지도 결실 맺을 때 교사로서 보람


지난해 12월 컨설팅 그룹 매킨지 앤 컴퍼니에서는 팬데믹으로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저하됐다는 다소 걱정스러운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의 주된 골자는 원격수업에 따른 인종 간 학업수준 격차 심화였지만 인종이란 배경을 차치하고도 원격으로 수업에 임한 학생들의 학업수준은 평균적으로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5개월가량 진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LA통합교육구 또한 가을학기 10주 중간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원격수업 후 낙제점인 D와 F가 증가했고 수업 출석률이 감소했다는 비슷한 내용의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업수준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무작정 대면수업을 재개하기에는 팬데믹이라는 위험요소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뾰족한 해답이 없는 현재 상황 속에서도 교사들은 오늘도 묵묵히 내일 수업을 준비하며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LA교육구 차터스쿨 '글로벌 에듀케이션 아카데미'(이하 GEA)에서 4학년 반을 담임하는 김 교사 또한 마찬가지다.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이 시작된 지 약 1년이 흐른 지금 1년간 전례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현직 교사의 일상을 듣기 위해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이메일과 유선으로 진행됐다.

-본인을 소개해달라.

"LA소재 차터스쿨에서 초등학교 4학년 반을 담임하고 있다. 다문화 및 다언어 교육학 석사를 취득한 후 교사로 투신하여 7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1989년 한국에서 태어나 선교사 부모님을 따라 4살 때 온 가족이 중국으로 이민을 갔고 9살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재차 이민을 왔다. 11살 때 다시 온 가족이 러시아로 가 2년 반을 살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외에도 단기선교 여행 등으로 필리핀 태국 멕시코 등 정말 다양한 나라에 다녔는데 자연스레 다양한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됐다. 이를 통해 학창시절에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나의 열정은 '가르침'에 있음을 깨닫게 됐다. 이러한 배경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대학과 대학원에서 관련 전공을 선택하게 됐고 대학원 졸업 후 본격적으로 가르침을 통해 다음 세대에 내 열정을 바치고자 교사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교사로서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의 학업적인 부분에 대해 과거보다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지내느라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GEA는 재학생의 대다수가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다. 학교는 팬데믹이 심화된 2020년 봄학기부터 모든 커리큘럼을 원격으로 전환했는데 취약계층의 학생들은 이로 인해 정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의 학생이 원격수업에 필요한 줌(Zoom) 또는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과 같은 원격수업 플랫폼을 운영할 만한 충분한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아예 집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였다. 다행히 지난 가을학기부터 학교 차원에서 T모빌과 같은 주요 통신사의 휴대용 공유기를 구매하여 원격수업 접근에 제한이 있는 가정에 배포하며 기술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학업수준 향상의 문제는 나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에게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수업 도중 화면을 이탈하거나 휴대폰 게임을 하는 것은 물론 음악이나 TV를 틀어놓아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오전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뒤 아예 수업에 재접속하지 않는 경우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원격수업의 경우 부모의 관리 감독이 절실하지만 저소득층 가정은 생계가 달려 있어 큰 아이에게 동생들을 맡긴 뒤 양부모 다 출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이와 학부모 환경만을 탓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고스란히 교사에게 고민으로 다가온다. 특히 나를 포함한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어 행여 학생들이 학업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어 심한 경우 학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고민 때문에 매일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콘텐트를 고안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교사로서 학교와 계약되어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근무 외 시간에는 동료 교사들과 콘텐트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수업시간에 실제로 적용해보기도 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의 입장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 또한 교사로서 스트레스가 생기는데 아내와 대화하며 서로 공감해주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교육 콘텐트 고민도 이어나가고 있다."

-팬데믹에서도 교사로써 어느 때 보람을 느꼈나.

"교사로서 아이들의 학업 개선을 위해 시도한 다양한 고민과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보람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처음 원격수업이 시작됐을 땐 우리 반 학생의 반 이상이 수업에 참여를 하지 않았고 그나마 수업에 참여한 나머지 절반도 대면수업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학업수준을 보였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과 수업 이외에 시간을 할애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던 중 한 학생의 제안으로 수업시간 외에 일주일에 한 번 시간을 정해 우리 반 학생들끼리 온라인에서 모여 공부 스트레스 없이 함께 게임을 하고 농담을 주고 받으며 놀기 시작했다. 교사로서 요구된 근무 외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노는 시간조차도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이 시간이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온라인 개방공간(open space)'로 자리매김하며 점차 참여율이 증가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도 같은 반 친구들과 놀기 위해 이 시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노는 시간의 참여율 증가가 원격수업 참여율 증가로 이어지게 됐다. 현재 내가 담임하고 있는 반은 거의 100%의 출석률을 보이며 원격수업 초기단계보다 아이들의 학업수준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교사로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했던 시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결과로 확인했을 때 정말 보람찼다.

-대면수업 복귀는 언제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는가?

LA카운티 보건국이 초등학교 등교 허용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현재 근무하는 GEA를 비롯한 다수의 학교는 대면수업 재개에 있어 아직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없는 상태이다. LA통합교육구 교사노조는 ▶LA카운티가 퍼플 등급에서 벗어나야 하고 ▶학교 당국의 교직원 보호장비 완비 ▶현장근무 교사 전원 백신접종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섣부른 현장수업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의 안전을 위해 대면수업 복귀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시대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조언한다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 깊이 공감한다. 교사로써 학부모께 두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첫 번째는 모두가 이 어려운 시기를 '소통'으로 이겨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통은 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써 신뢰와 유대감 형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통계에 따르면 학교 커리큘럼에 관심과 참여도가 높은 학부모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 내 자녀가 원격수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주저 말고 교사와 소통하며 학생이 마주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길 부탁 드린다. 교사가 학생이 처한 문제를 파악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더 학부모들에게 당부할 것은 교사들을 향한 '신뢰'이다. 교사들 또한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학생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고 자녀의 원격수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거나 원격수업의 고충을 공감함으로써 교사와 한 팀을 이루어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간다면 학생의 학업에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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