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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계 여성들의 동성애, 그 불복종의 의미

전통과 규율에 대한 저항
섬세한 심리묘사 돋보여

디스오베이던스(Disobedience)
감독: 세반스챤 렐리오
출연: 레이첼 와이즈, 레이첼 맥아담스
등급: R
상영극장: Arclight Hollywood, The Landmark


런던의 헨돈(Hendon)지역은 유대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랍비 라브가 설교를 하고 있다. 신은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했고 그 자유함으로 우리의 존재는 동물 혹은 천사와 구별된다는 내용의 설교이다. 랍비는 인간의 자유 의지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갑자기 쓰러진다. 영화는 이 첫 장면에서 언급되는 자유 의지를 주제로 붙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번민하는 세 사람의 등장 인물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 사랑 행위와 신이 부여한 자유 사이를 오가며 불복종(Disobedience)의 의미를 캐어 보고자 한다.

로닛(Ronit, 레이첼 와이즈 분)은 랍비 라브의 딸로 헨돈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10년전 이곳을 떠나야 했다. 그녀의 동성애 행각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로닛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하고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라브의 수제자이며 그의 뒤를 이어 랍비로 내정된 옛 친구 도빗(Dovid)과 재회한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옛 '연인'이자 친구인 에스티(Esti, 레이첼 맥아담스 분)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뉴욕에서 보헤미안 스타일의 자유분방한 사진작가로 살아온 이방인 로닛의 '재현(再現)'은 유대인 커뮤니티의 이웃들에게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로닛과 에스티는 어색함으로 인사를 주고 받지만, 둘은 곧 서로를 원하는 욕망의 시선으로 말없는 대회를 이어간다. 이들의 예견된 운명적 재회는 또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수근거림의 대상이 되고, 결국 원로 회의에 이들의 '부정행위'가 고발되고 만다. 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들이 에스티의 마음에 아픈 고통을 안긴다.



이들의 연인 관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랍비 도빗의 고뇌가 시작된다. 아내가 동성애자이며 그의 연인이 그 누구도 아닌 로닛이라는 사실이 그를 못견디게 한다. 에스티의 불안정한 방황은 심도를 더 해간다. 남편 도빗에게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그녀의 이성적, 종교적 노력이 애처롭다. 그러나 로닛을 원하는 에스티의 욕망은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고 그녀는 마침내 자유와 독립을 고한다.

영화 '디스오베이던스'는 두 명의 유대인 여성 로닛과 에스티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유대인 사회에서 철저하게 금기로 되어 있는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신은 우리에게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에스티에게는 그 자유함으로 선택한 사랑의 대상이 로닛이다. 동성애적 사랑은 신에 대한 불복종일까. 에스티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로닛은 에스티에게 탈출의 대상이다. 편협한 사고와 가부장적 전통의 엄격한 규율 안에 갇혀 살아온 에스티에게 로닛은 자아의 재 발견이다. 반면, 에스티는 로닛에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그러나 금기된 사랑,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떠났던 곳으로의 귀향을 의미한다.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은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성의식과 자아 심리를 섬세히 파헤치는 칠레 출신의 감독이다. 중년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고독함을 그렸던 영화 '글로리아',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트렌스젠더 마리나의 강렬한 몸부림이 인상적이었던 '판타스틱 우먼'에 이어 '디스오베이던스'는 영어로 제작된 그의 첫 번째 영화이다. 판타스틱 우먼은 2018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부문상을 수상했다.

여성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디스오베이던스'는 유대인 엘리트 여성들의 흔들리는 자의식을 통해 유대인 사회의 엄격한 규율과 종교적 전통의 비인간성을 조용하고 세밀한 톤으로 들추어 내고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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