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가상 세계서 펼쳐지는 여인의 복수극

터미널(Terminal)
감독: 본 스타인
출연: 마고 로비, 사이먼 펙, 마이크 마이어
등급: NR
상영극장: Laemmle Monica Film Center


영화 '터미널'은 가상의 시제와 가상의 공간, 그리고 어둡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기차역 터미날, 근처의 호텔과 카페가 주무대이다.

이 장소들에는 미래적 분위기의 지하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 전형적인 '필름 느와르'의 세팅이다.

필름 느와르(Film Noir)의 느와르란 '검다(Black)'라는 뜻의 불어 단어이다. 말하자면 어두운 영화라는 뜻이다. 그러나 느낌이나 분위기로 그런 구분을 할 뿐, 느와르를 독립된 영화장르라고 하기에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느와르가 미국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오래 전의 일이다.

1940년대 독일의 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아 반영웅적인 주인공,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강한 음영, 팜므파탈의 등장을 특징으로 하는 스타일의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범죄영화들이 이러한 스타일을 주로 사용 했다. 이후에 프랑스의 평론가 그룹들에 의해, 검은 주제를 다룬 검은 영화라는 의미에서 느와르라고 불리기 시작했고 그 진지함이 작가주의 영화로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서 필름 느와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골목, 이슬비 내리는 인적 드문 스산한 거리, 가로등 밑에 서있는 불안한 남자, 자욱한 담배연기, 바바리 코트에 중절모를 착용한 주인공들을 우리는 이전의 느와르 작품들에서 많이 보아왔다.

필름 느와르의 영화들은 부패, 배반, 냉소주의, 불신 등을 기본 줄거리로 사용한다. 환멸적인 남자들을 유혹해 파멸에 이르게 하는 팜므파탈(Femme Fatale)은 느와르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의 갱스터 느와르는 음모와 술수에 휘말려 억울하게 죽거나 의리를 위해 죽음을 수용하는 남자들의 세계를 주로 다루었다. '암흑가의 두사람', '시실리안' 등이 이에 속하며 홍콩영화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의 영화들은 '홍콩 느와르'라 불린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는 전직 교사(사이먼 펙), 터미널의 청소부(마이크 마이어), 터미널 카페의 웨이트리스 애니(마고 로비) 그리고 두 명의 암살범이 등장한다.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의 밤, 터미날과 카페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만남들과 대화, 그리고 연이은 살인 장면들이 과거와 현재의 시제를 오가며 서로 얽혀 지나간다.

터미널은 여자의 치밀한 복수극이며 마고 로비의 팜므파탈 데뷔작이다. 남자들을 파멸에 이끄는 매력적인 여자 애니는 팜므파탈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건을 갖추었다. 그녀는 뇌쇄적인 미모로 남자들을 유혹하고 남자들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간다.

팜므파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남자들의 운명은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로비는, 자신의 도발적인 미모를 최대 활용, 영리하고 치밀한 팜므파탈 애니의 이미지를 매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복수극의 맹점은 복수가 끝내 이루어진다는, 어찌 보면 이미 예견되어 있는 뻔한 스토리에 있다. 그런 연유로 제작사는 이제까지 영화의 줄거리를 공개 하지 않는 마케팅을 해왔다.

개봉일까지 엠바고(Embargo, 정해진 기간까지 보도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걸려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관객들의 진지한 관람을 위해 영화의 스포일러(Spoiler)를 되도록 개봉 시기까지 지연시키고자 함이다.

본 스타인의 감독 데뷔작. 세련된 구성, 세밀한 캐릭터 설정이 돋보인다. 그가 창조한, 미래적인 느낌의 이 도시 공간은 '브레이드 러너', '신 시티'에서 보았던 분위기와 흡사하다. 터미널의 청소부 역의 마이크 마이어의 색다른 악역 연기가 새롭다. '오스틴 파워스'에 익숙한 그의 팬들에게는 마이어의 악역 연기가 다소 의외일 수 있겠지만.


김정 ·영화평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