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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권력 다툼 풍자한 블랙 코미디

스탈린의 최후 둘러싼 음모 희화화
정치인 조롱해 러시아서 상영금지

제목: 스탈린의 죽음 (The Death of Stalin)
감독, 각본: 아르만도 이아누치
원작: 파비앙 누리, 티에리 로빈
출연: 스티브 부세미, 사이먼 빌, 제프리 탬버, 올가 쿠릴렌코
상영: Edward Westpark 8


'스탈린의 죽음'은 1953년 독재자 이오니프 스탈린의 죽음 이후 소련군 사령관들과 정치인들간의 권력 투쟁을 그린 블랙코미디의 걸작이다. 스탈린 사후 흐루시초프의 집권 과정을 다룬 이 영화를, 러시아 정부는 당초의 계획과 달리 상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러시아 국민들에게 관람을 허용하기에는 영화의 내용이 당시의 고위층 정치인들을 지나치게 희화했다는 이유에서이다. 영화는 냉철한 역사의식에 바탕을 깔고 있기에 정말 러시아 정부가 싫어할 만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스탈린 독재 정권의 잔혹한 숙청의 역사는 이 영화에서도 확연히 엿보인다. 숙청이 곧 정치였던 시대의 체제의 비극성마저 언급된다. 그러나 영국인 감독 아르만도 이아누치는 스탈린 시대의 참혹한 숙청의 비극, 권모술수의 와중에도 기막히게 이어지는 폭소의 타이밍을 시니시즘과 신랄한 풍자로 이어가고 있다. 블랙코미디의 절정이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과 탐욕이 극악무도하다.

역사적 사건들을 현대적인 유머로 비꼬아 놓은 이 영화는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재치와 코믹 연기의 달인 스티브 부세미의 흐루시초프 역과 제프리 탬버의 말렌코프 역도 눈 여겨 볼 만하다.



1953년 3월5일 밤 신의 존재처럼 여겨지던 스탈린이 뇌졸중으로 죽어가고 있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최후의 날들이 매우 혼란스럽다. 스탈린의 죽음에는 원래 미스터리가 많았다. 비밀경찰의 총수 베리아가 독살하였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영화에서도 스탈린은 베리아에게 평소처럼 몇몇 사람을 숙청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음악광인 스탈린은 라디오에서 피아노곡을 듣게 되고 음반을 가지고 올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그가 들은 음악은 녹음 방송이 아니라 라이브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음반이 존재하지 않았다. 거리에서 아무나 불러 모아온 동네 농부들까지 동원된 악단의 즉석 연주 음반이 만들어지고 피아노 연주자 마리아가 스탈린을 비난하는 메모와 함께 음반이 전달된다. 미모의 피아니스트 마리아의 가족들이 스탈린에 의해 처형되었던 게 동기이다. 메모를 발견한 스탈린은 충격에 쓰러진다.

베리아가 곧 별장에 도착하고 침대 밑으로 떨어진 채 의식을 잃은 스탈린을 발견한다. 병석에 누운 독재자의 위독 여부와 상관 없이 스탈린의 죽음 이후를 노리는 고위층들의 정쟁이 시작된다. 베리아는 의사를 부르지 않는다. 스탈린은 공안기관을 장악한 베리아가 점차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하자 그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베리아는 여러 정치국원이 병상을 지키고 있는 자리에서 스탈린에게 험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스탈린의 의식이 돌아오는 듯하면 달려가 무릎을 꿇고는 스탈린의 손에 키스를 하는 베리아의 모습은 극악의 전형이다. 스탈린의 죽음을 지켜본 그의 딸은 스탈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순간 베리아는 방을 뛰쳐나가면서 운전사를 부른다. 그 목소리는 환희에 차 있다. 베리아는 내무부에 대한 통제권과 비밀경찰 등 여러 공안기관을 통합, 조정하는 실권을 거머준다. 그러나 석 달 뒤 베리아는 흐루시초프에 의해 또 다시 거세된다.

감독은 극악의 대명사 베리아에게도 '인간미'를 부여한다. 러시아 민중들은 그토록 자신들을 학대했던 스탈린의 장례식에서 슬프게 흐느낀다. 난잡한 코미디에 무언가 표현하기 힘든, 의도된 모순들이 보인다. 정적을 거세하기 위한 끝없는 음모, 그들만의 생존을 위한 투쟁에 묻어 나오는 치열함의 저급함에 희극의 미학이 엿보인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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