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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할리우드, 센 언니들 블록버스터 뜬다

여성 7명 공동주연 '오션스8' 화제

동양계 래퍼 '아콰피나'도 동참
"강한 여성들에 많은 힘 얻었다"
'캡틴 마블' '원더 우먼2' 등도 대기
여성감독 개런티 차별 줄어들어


"촬영 첫날이 학교 입학하는 날만큼이나 떨렸어요."

1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오션스8'(감독 게리 로스)에서 산드라 블록·케이트 블란쳇·리한나 등 기라성같은 스타들과 나란히 주연을 맡은 '아콰피나'의 말이다.

뉴욕 퀸즈 출신 래퍼이자 코미디언인 그의 본명은 노라 럼. 어머니는 재미동포, 아버지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2013년 여성의 질을 소재로 한 도발적인 자작 랩 '마이 배지(My Vag)'로 남성 중심 힙합신에 정면 도전하며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계 코미디언 마가렛 조와 합작한 랩 '그린 티(Green Tea)' 뮤직비디오도 인기를 끌었다. 이후 코미디 영화 '나쁜 이웃들2' 등 몇몇 작품에 배우로도 출연했지만 대형 영화사의 블록버스터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e메일 인터뷰에서 아콰피나는 "캐스팅 소식에 저를 포함한 모두가 어리둥절했다"면서 "이 멋진 팀에 재능을 보태려고 노력했다. 우상 같던 동료들과는 이제 가족처럼 농담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오션스8'은 '오션스 일레븐'부터 '오션스 트웰브''오션스 13'등 속편이 이어지며 전세계에서 11억달러 수입을 올린 범죄 액션 영화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조지 클루니·브래드 피트·맷 데이먼 등 남성 톱스타가 뭉쳐 활약했던 기존 시리즈의 성별을 뒤집어 주요 멤버가 모두 여성이다. 뉴욕 최대 패션 행사에서 1500억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려고 뭉친 여성 범죄조직의 활약상을 그린다.

아콰피나가 연기한 콘스탠스는 저잣거리에서 야바위로 한몫 챙겨온 천부적인 소매치기.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분)의 동생이자 작전 설계자인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 분), 지휘관인 루(케이트 블란쳇 분), 변신의 귀재 로즈(헬레나 본햄 카터 분), 천재 해커 나인 볼(리아나 분) 등이 숨가쁘게 엇갈리는 '판'에서 걸출한 입담으로도 일조한다.

아콰피나는 "기상천외한 얘기를 꾸며대는 모든 장면이 재밌었다"면서 "실제 제 성격도 많이 반영됐다"고 귀띔했다. 연출을 맡은 게리 로스 감독에 대해선 "'헝거 게임:판엠의 불꽃'(2012)에서도 여성 주연 액션을 연출했는데, 배우들을 믿고 배역에 집중하게 만반의 배려를 해줬다"고 전했다.

아시아계인데다 랩퍼로 출발한 그가 '오션스8'에 합류한 것은 캐스팅 단계부터 큰 화제가 됐다. 아콰피나는 지난해 말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제 존재 자체가 도발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그전까진 유튜브에서 어떤 아시아계 여자애도 저처럼 뻔뻔한 캐릭터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고 인기 이유를 말했다. 그의 데뷔기는 미국의 한국계 래퍼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배드 랩'(2016)에도 담겼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그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여성 배우들은 질투심 때문에 모이면 싸운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번에 강한 여성들과 함께 하며 많은 힘을 얻었다"며 "음악이 저를 표현하는 언어라면 배우로서 연기하는 건 특별한 축복 같다"고도 말한 바 있다.

'오션스8'은 올해 할리우드의 뜨거운 여풍 속에서 진작부터 관심을 모아온 기대작이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여성과 다양성은 가장 뜨거운 화두다. 단지 구호가 아니다. 마블의 첫 여성 히어로 단독 주연작 '캡틴 마블', DC코믹스의 만화 캐릭터가 원작인 '원더 우먼2' 등 여성이 주연을 맡은 액션 블록버스터가 내년까지 줄줄이 개봉을 기다린다.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원더 우먼' 1편으로 북미시장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나 '저스티스 리그'를 앞지르는 흥행성적을 낸 패티 젠킨스 감독은 2편에 돌아오며 남성 A급 감독과 동등한 개런티를 받았다. 약 800만 달러로 추정되는 연출료는 여성 감독으론 역대 최고 금액이다.

젠킨스 감독은 지난달 칸영화제에선 배우 케이트 블란쳇, 아녜스 바르다 감독 등 여성 영화인 82인과 함께 영화계의 성별·인종적 평등을 외치며 레드카펫에 오르기도 했다. 내년에 개봉할 '캡틴 마블' 역시 마블 시리즈 최초로 여성 감독 애너 보든이 라이언 플렉 감독과 공동 연출에 나섰다. 배우 브리 라슨이 연기하는 캡틴 마블은 최근 1000만 영화에 등극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말미에 우주 최강 악당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에 대적할 맞수로 예고돼 더욱 관심이 커졌다.

여성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 첩보 액션 영화 '355'는 올해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제작발표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제시카 차스테인, 마리옹 꼬띠아르, 페넬로페 크루즈, 판빙빙, 루피타 뇽 등 5개국 여성 배우가 직접 공식 석상에 나섰다. '미투' 운동의 선봉에 서온 차스테인이 기획한 이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 못지않은 대대적인 오토바이 액션신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루피타 뇽은 "아프리카 여성이 지능형 정예요원으로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라며 "세간의 과소평가가 이 캐릭터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다.

할리우드의 이런 변화는 여성 관객의 취향에 맞춘 것이기도 하다. 올해초 미국의 영화예매사이트 판당고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로 꼽은 것은 액션. 그 다음이 SF, 드라마, 코미디 등이다. 그동안 여성이 선호하는 장르로 여겨져온 로맨스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영화계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다양성에 눈을 돌려야 할 거예요." '원더 우먼' 패티 젠킨스 감독이 했던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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