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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계의 의미있는 할리우드 '첫걸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아시아 문화 주요 소재로 싱가포르에서 촬영
한인에겐 뻔하기 보단 친숙한 로맨틱 코미디

기념비적인 일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연출하고 출연진 대부분이 아시아계 배우인 영화. 대부분 아시아에서 촬영된 영화가 미국에서 대대적인 개봉을 한다. 배급도 워너 브라더스가 맡았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지만 아시아의 문화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싱가포르 출신의 케빈 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계에서 영향력이 높지 않았던 아시아계가 중심이 되는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전에 없던 일. 어떤 사람들에겐 감격스러운 일일 수 있다.

영화 메카폰은 존 추 감독이 잡았고 헨리 골딩, 콘스탄스 우, 양자경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15일 개봉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친숙함이다. 재벌 아들 닉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뉴욕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레이첼이 주인공이다. 둘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본가가 있는 싱가포르에 향하게 된다. 둘은 미래를 약속한 사이지만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는 일은 어렵다. 엄청난 생활환경의 차이부터 주변의 질투까지 쉬운 일이 없다. 물론 가장 큰 장애물은 시어머니 엘레노어다. 평범한 집안의 출신이 못마땅한 엘레노어는 레이첼을 밀어내려 한다. 너무나도 전형적이어서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구조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닉은 멋있고 잘생긴 재벌 아들의 전형이다. 여자친구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다. 레이첼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성격이며 닉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레이첼을 질투하는 전 여자친구도 나오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친구도 있다. 입체적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더 자주 보던 모습이다.



뻔하고 통속적인 이야기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항상 통속적이고 전형적이다. 주인공 커플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는 장르가 생긴 이래 계속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뻔함보다는 친숙함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 안에서 새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미디언 출신 한인 배우 켄 정과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 '오션스 에잇'에서 주연급 조연을 맡았었던 한인 배우 아콰피나는 특히 돋보인다. 둘은 많은 장면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입담과 리듬감으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재벌의 생활상을 담아내는 것 또한 싱가포르가 배경이기에 신선하다. 다 함께 만두를 빚는 장면이나 마작을 하는 장면 등이 특히 눈에 띈다.

하지만 영화는 모든 것이 피상적으로 흘러가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닉의 사촌을 비롯한 주변 캐릭터는 코믹적 장치 이외에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한다. 개인과 가족의 대립이라는 주제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흔히 겪는 일이기에 공감이 가지만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만 언급됐으며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아시아계가 중심이 되는 대형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정말 보기 힘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확실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한발짝만 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아시아계가 할리우드에 내딛는 아쉽지만 단단한 첫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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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 린역의 배우 아콰피나

래퍼이자 배우인 아콰피나는 최근 대형영화 '오션스 에잇'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하면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친구 펙 린 역할을 맡아서 훌륭한 코믹 연기를 펼쳤다. 그에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들어봤다.

-다른 영화와 차별점은.

"대본이 완벽했다. 다른 아시안 관련 영화들처럼 전쟁이나 역사에 관한 게 아니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처음으로 아시아를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현대적 이야기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펙 린 캐릭터도 좋았다."

-올 아시안 캐스팅이 가지는 의미는.

"모든 것(everything)을 의미한다. 아시아계 배우가 나오는 영화도 관객동원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아시안 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버릴 것이다."

-아시안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말해달라.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시안을 대표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도 했었다. 내가 잘못하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시아계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당당하게 내가 앞서서 커뮤니티를 대표해야겠다 생각한다. 나로 인해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이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켄 정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켄 정은 전설적 존재다. 그는 그냥 웃긴 사람이 아니라 연기도 잘한다. 모든 상황을 잘 맞춰주기 때문에 켄 정과 호흡이 안 맞기는 힘들다. 켄 정이 너무 웃겨서 촬영장이 항상 웃음바다였다."

펙 린 아버지역의 배우 켄 정

한인에게도 익숙한 배우 켄 정은 이번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다. 아콰피나가 맡은 주인공 친구 펙 린의 아버지역할이다. 하지만 나올 때마다 큰 웃음을 주면서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조이럭 클럽 이후 25년 만에 아시아계가 주축이 되는 영화였기 때문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원작이 정말 좋았고 영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기도 한 감독 존 추가 나에게 역할을 줬을 때 기뻤다."

-올 아시안 캐스팅에 대한 의미는.

"영화 개봉에 대해서 이렇게 감정적이 된 적이 없었다.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흥분됐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아시아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적인 일이다. 원래 개인적으로도 아시아계라는 자부심이 크다. 부인도 베트남계다. 우리 가족을 모델로 해서 만든 '닥터 켄'이라는 쇼를 제작하기도 했다. 자랑스러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당연히 이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촬영장 분위기는.

"촬영장 분위기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세트에서 이렇게 많은 아시아계와 함께한 적이 없었다. 아시아계 이민자로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아콰피나와의 호흡은.

"이번 작업을 통해서 아콰피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가 됐다. 존 추 감독이 우리 둘을 부녀로 캐스팅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서로 생각을 읽어서 즉흥연기로 연결할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


조원희·송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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