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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인종차별 속 두 남자의 우정

백인 운전기사 토니 립 실화
코믹 터치 가미된 감동 드라마

그린북 (Green Book)
감독: 피터 패럴리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린다 카델리니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PG-13


지난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해 관심을 모았던 '그린북'.

이 영화는 1960년대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을 배경으로 뉴욕 출신의 세계적인 흑인 피아니스트가 남부에서 열리는 연주회에 가기 위해 백인 운전기사 겸 경호원을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로드트립을 이어가는 여정 중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속에서 싹트는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영화로 훈훈한 감동이 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던 '노예 12년' '라라랜드' '쓰리 빌보드' 등이 같은 해 오스카상과 골든 글로브상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만큼 연말 작품상 후보군에 당연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덤 앤 더머'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There's something about Marry)'의 피터 패럴리가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센티멘털 드라메디'의 형식을 띠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코믹 톤으로 이어가는 형식을 띠었지만 종반부의 드라마적인 진한 감동이 있다. 뉴욕 브롱스에서 주로 바디가드 일을 하며 건달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이탈리안 아메리칸 토니 립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7학년까지만 학교를 다녀서 머리보다는 몸으로 하는 일에 익숙한 토니(비고 모텐슨)는 1962년의 어느 날 재즈 피아니스트 돈 쉴리(마허살라 알리)의 운전기사로 고용된다. 뉴욕시의 콘서트는 물론 미국의 최남부에까지 운전을 하며 쉴리의 바디가드 역할을 해주는 게 그의 임무이다.

1962년은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아직도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던 시절이다. 흑인들은 그들이 접근해도 안전한 지역을 안내해주는 가이드북을 만들어 지참하고 다녔다. 정확히는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이라는 이름으로 1936년부토 1966년까지 매년 발간된 이 가이드북의 색상은 그린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린북'이라 불렀다.

여행 중 흑인인 쉴리가 출입할 수 있는 모텔, 식당, 주유소 등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들은 그린북을 참고해 가며 콘서트 여행을 떠난다. 어느 지역에서는 환영을 받기도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인종주의와 계층 간의 갈등과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들을 묘사하는데 주력한다.

쉴리는 세련된 매너와 에티켓을 지닌 지성인인 반면 상류사회의 고급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토니는 거칠고 감정적이다. 이 두 사람은 여행지를 옮겨 다니며 기대치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또한 기대치 않던 사건들과 맞닥뜨리면서 난감한 상황들에 처하게 된다.

흑백간의 진정한 인간적 만남이 가능하지 않았던 시대 상황, 더욱이 전혀 다른 배경과 문화권의 두 사람이지만 함께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이 두남자의 마음 속에는 연민과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198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추억의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가 연상된다. 유대인 할머니와 흑인 기사 간의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들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간다는 유사한 내용과 감동이 그린북에도 담겨 있다.

덴마크 혈통을 이어받은 북유럽풍의 외모가 어필, '반지의 제왕'의 아라고른 역으로 할리우드의 대스타 대열에 떠오른 비고 모텐슨은 사실 작품성이 더욱 강조되는 저예산 영화의 주연으로 활동하며 캐릭터 배우로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배우이다.

그래서인지 모텐슨을 '믿고 보는 배우'로 점찍어 둔 영화 팬들이 많다. 상업성보다는 철저히 작품성과 메시지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그의 성향 때문에 작품을 고르는 눈이 좋은 배우로 평가된다. '데인저러스 메소드' '이스턴 프라미스' '폭력의 역사'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페르소나 배우(감독의 분신)로 인식되고 있다. 그린북은 그의 커리어를 한단계 격상시키는 영화가 될 것이 틀림없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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