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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의 '마지막 황제'가 떠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별세
혁명적 연출로 영화사의 한 획 그어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마지막 황제' 등으로 명성을 떨친 이탈리아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77세의 일기로 지난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그간 허리 디스크 등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후 휠체어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 그와 각별한 친분을 나누었던 이탈리아의 명배우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탈리아 영화의 '마지막 황제'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그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

1941년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에서 시인 이틸리오 베르톨루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친의 영향으로 유년 시절부터 윤택한 문화적 토양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의 친구였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 22살이던 1962년에 '냉혹한 학살자'로 데뷔하면서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인간이 겪게 되는 분열과 갈등에 시각을 맞추며 '1900년' '혁명전야' '스틸링 뷰티' 등의 명작들을 만들어낸다.

1972년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단연 베리톨루치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개봉 당시 이 작품은 과감한 성적 표현 때문에 논란을 일으켰고, 이탈리아에서는 20년 가까이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다 준 이 작품은 최근 말론 브란도와 여배우 마리아 슈나이더(당시 19세)의 섹스신이 '성폭행'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베르톨루치 감독 자신이 지난 2013년 인터뷰를 통해 언급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화의 초반부,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파리의 어느 한 아파트에서 섹스를 하는 이 문제의 장면에 관해, 베르톨루치는 여주인공 슈나이더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강간 장면을 촬영했다고 스스로 털어놓았다. 그는 브란도와 함께 이 장면을 계획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실제 강간의 리액션을 촬영함으로 연기가 아닌 분노와 수치심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고 고백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작가의 열의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줄 수 있는 사항은 아니 것 같다. 2011년 사망한 슈나이더는 생존시 촬영 당시의 강간당한 느낌을 기회 있을 때마다 토로했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19세의 젊은 여성을 '기만'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영화 촬영장에서의, 시나리오에 없는 합의되지 않은 섹스는 오늘 날의 법개념으로 해석하면 '강간'에 해당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베르톨루치 감독과 말론 브란도는 많은 영화팬들에게 증오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1987년 작품인 '마지막 황제'로 감독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9개 부문을 휩쓸었다. 지난 2007년에는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베니스영화제 특별상인 명예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에바 그린이 출연했던 2004년 작 '몽상가들'은 베르톨루치가 과연 거장인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의 졸작에 가까웠다. 격렬한 사상가이며 그 자신 열렬한 영화광이기도 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린 자전적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작 이 영화는 젊은이들의 '섹스 잔치'로 끝나 버렸다. 젊은이들에게 잃어버린 이상을 찾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그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할 정도였다.

이후 10년만에 14살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미 앤 유'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후 그는 암과의 투병생활로 인해 작품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베르톨루치는 언젠가 "극장은 여전히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고 펼칠 수 있는 성당과도 같은 곳"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에 대한 그의 짙은 애정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독보적이고 혁명적이었던 명장 베르톨루치는 이제 가고 없다. 그가 영화사에 남긴 논란은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도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옥 같은 작품들은 또한 영원히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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