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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서 나이는 그냥 숫자"

50대 LA여성의 고독 속 자아 찾기
줄리앤 무어 대체불가 연기 돋보여

칠레 출신 렐리오 감독 2013년 작품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 성공

나이가 들수록 더욱 매력을 발산하는 줄리안 무어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A24 제공]

나이가 들수록 더욱 매력을 발산하는 줄리안 무어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A24 제공]

줄리앤 무어와 터튜로는 중후함과 노련함으로 연기한다. [A24 제공]

줄리앤 무어와 터튜로는 중후함과 노련함으로 연기한다. [A24 제공]

글로리아 벨(Gloria Bell)

감독: 세바스티안 렐리오
주연: 쥴리앤 무어, 존 터투로
장르 : 로맨틱 코미디
등급: R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은 제 3세계를 대표하는 칠레 출신의 감독이다. 그가 국제무대에 등장해 세계를 감동시켰던 첫 작품이 바로 이 영화의 오리지널 버전인 2013년작 '글로리아'였다. 그는 이후 '판타스틱 우먼'으로 2018년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더욱 광범위한 관중들에게 다가간다.

판타스틱 우먼은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용의자로 몰리게 된 트랜스젠더 마리나가 슬픔을 딛고 세상의 의심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자신을 지키는 과정을 다채롭고 섬세한 스타일로 그린 영화였다. 특이한 상황에 처한 여성의 정체성과 마리나의 진정성 있는 저항에 많은 사람이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로맨스이면서 판타지이고 또한 다큐멘터리의 요소들이 깔려있는 이 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이 평단의 찬사를 받자 그의 이전 작품들도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중,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폴리나 가르시아)과 각본상,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글로리아'를 렐리오의 대표작으로 손꼽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매력을 더해가는 배우 줄리앤 무어에게 글로리아의 리메이크 제안이 들어왔을 때 무어는 렐리오가 연출을 맡는 조건을 내걸었고 '글로리아 벨'이라는 할리우드 버전으로 영화가 다시 제작되었다.

렐리오의 오리지널 팬들에게는 할리우드적 채색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무어의 인상 깊은 연기가 영화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살려내고 있다. 같은 각본과 동일한 감독의 연출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 결정적 동기는 다름 아닌 미와 연기력을 겸비한 여배우 무어의 대체불가의 연기 덕분이다.

중년의 LA여성 글로리아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전 남편과 이혼한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는 아직 혼자 살고 있다. 누구도 글로리아의 나이를 묻지 않지만 은연중 그녀가 5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감지된다.

홀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글로리아는 성적 만족과 로맨스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퇴근 후면 새로운 파트너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품고 싱글바로 향하는 그녀의 일상을 엿보면서 우리는 '아직도' 섹시한 글로리아의 이면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춤을 즐기며 밝은 웃음을 자아내는 그녀의 캐릭터에 서서히 매료되어 간다.

잃어버린 젊음을 보상받고 싶고 영원히 아름답고 싶은 여인 글로리아, 그녀가 바에 홀로 앉아 있다. 어깨 너머로 남자들을 관찰하지만 결국 홀로 집으로 돌아와 쓸쓸히 화장을 지우는 그녀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진다. 렐리오의 감각적인 카메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사랑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찬란하게 살고 싶은 글로리아에게 렐리오는 즐기고 행복할 수 있는 여인의 자아를 불어 넣는다. 50대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다시 살아 숨 쉬고 글로리아는 '판타스틱 우먼'으로 다시 태어난다. 자신의 자아에 충실하기보다 어머니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동료로서의 역할에 을 더 몰입해 왔던 글로리아가 이제는 자아를 찾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녀에게 다시 사랑을 느끼는 하는 의외의 남자는 아놀드(존 터투로)다. 터투로는 성공하지 못한 인생으로 자신감이 결여된, 그래서 늘 소심하고 용기없는 남자 아놀드에 더 없이 제격인 배우다. 고독한 영혼들인 글로리아와 아놀드를, 무어와 터투로는 중후함과 노련함으로 연기한다.

다시 찾은 사랑으로 신들린 듯 춤을 추며 자신감에 충만한 글로리아의 모습에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다. 삶은 사랑이다. 사랑에는 제한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렐리오가 던지는 메시지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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