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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서 펼쳐지는 영국과 독일 남녀의 사랑

키이라 나이틀 리 주연
멜로드라마 범주 못넘어
전후 독일인의 비애 표출

나이틀리와 스카스가드의 연기는 따로 노는 듯 조화감이 부족하다. [Fox Searchlight Pictures]

나이틀리와 스카스가드의 연기는 따로 노는 듯 조화감이 부족하다. [Fox Searchlight Pictures]

디 애프터매스 (The Aftermath)
감독: 제임스 켄트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제이슨 클락,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장르: 드라마
등급: R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 4개국이 분할해 점령하고 있던 종전 직후의 1946년 독일. 대령 남편을 둔 영국인 여인과 아내를 전쟁에서 잃은 독일인 남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패전후 적개심과 비탄에 빠져 있던 독일인들의 내면을 살펴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레이첼(키이라 나이틀리)과 영국군 대령인 남편 루이스(제이슨 클라크)는 함부르크의 재건설 프로젝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독일로 파견된다. 루이스 부부에게 귀족가의 풍모를 지닌 함부르크의 한 대저택이 주거지로 배정된다. 이 집에 도착하면서 레이첼은 저택의 주인인 스테판(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 아직도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레이첼은 이들과 함께 앞으로 저택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다. 이들의 공존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추되는 사실, 바로 레이첼과 스테판의 불륜이다. 루이스는 자주 집을 비우고 이 둘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영화는 레이첼과 스테판의 미묘한 시선과 이끌림에 초점을 맞춘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주연의 전쟁물 '청춘의 증언(Testament of Youthㆍ2015)'을 연출했던 제임스 켄트가 또다시 전쟁물로 컴백했다. 청춘의 증언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를 주제로 한 전쟁 회고록이다. 전쟁 영화임에도 대치 상황으로 전개되는 전쟁 신을 배제하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4명의 등장 인물들을 통해 아름다운 청춘과 사랑을 그렸던 켄트의 감성은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재연되지 않는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멋진 전쟁 영화의 외형을 갖추고 있음에도 영화는 미리 예견되는 멜로드라마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켄트 감독 특유의 감정 이입이 이 영화에서는 왠지 와 닿지 않는다. 레이철과 스테판이 주고 받는 시선으로 시작되는 불륜의 스릴에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불안하고 불편한 첫 키스신은 앞으로 전개될 두 사람의 밀회의 예고편이다.

나이틀리의 격식에 찬, 그래서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은 극중 인물인 레이첼의 캐릭터와 맞닿아 있다. 로맨스의 전형적 캐릭터 이상을 기대했던 배우이기에 그녀의 연기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두 남녀 배우의 연기도 따로 노는 듯 조화감이 없다. 굳이 볼거리라면 두 연인이 펼쳐 나가는 농도 짙은 나눔의 현장들이다.

정작 영화에서 부각되는 연기력은 남편 루이스역의 제이슨 클락에게서 발견된다. 아내의 불륜을 감지한 남편의 고뇌와 좌절감이 그의 감정 연기에 설득력 있게 배어 있다. 지나치리 만큼 제어된 감정이 표출되지 못하는 동안 자신의 내면 안에서 쌓여가는 고뇌와 자책이 영화 말미에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감내해야 할 그의 고통에 연민이 느껴지고 안타까움에 동정이 일어난다.

웨일즈 작가 리디언 브룩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제이슨 클리크와 키아라 나이틀리는 '에베레스트' 이후 2년 만에 다시 함께 출연한다. '빅 리틀 라이즈', '트루블러드'로 익숙해진 얼굴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스웨덴의 명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아들이다. 이렇다할 스펙터클은 존재하지 않지만 전쟁과 사랑, 부부관계와 불륜으로 인한 증오와 적대감, 적개심이 휘감겨 있는 영화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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