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노년기에 떠나는 자아 회복의 여정

잠재 심리 속의 죽음과 구원 문제
매일 소멸하는 시간 성찰하는 과정

영화는 다이앤(메리 케이 플레이스)의 잠재 심리 안에서 죄의식, 죽음, 고독, 구원의 문제들을 무게감 있게 다루고 있다. [IFC Films]

영화는 다이앤(메리 케이 플레이스)의 잠재 심리 안에서 죄의식, 죽음, 고독, 구원의 문제들을 무게감 있게 다루고 있다. [IFC Films]

다이앤(Diane)
연출: 켄트 존스
출연: 메리 케이 플레이스, 잭 레이시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96분


2018년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조용히 팬들의 관심을 끌어온 '다이앤'이 미 전역에 개봉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사건 이후 뉴욕의 부흥을 기원하며 2002년 로버트 드 니로 등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영화제다. 매해 성장을 거듭하며 최근에는 '동부의 선댄스'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매사추세츠의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다이앤은 죽음에 관한 영화다.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어두운 영화는 아니다. 다이앤이 주는 감성은 시 한편을 읽고 시에 담긴 은유적 의미를 캐고자 함과 유사하다. '맨체스터 바이 더 시(Manchester by the Seaㆍ2016)'에서 보았던 미국적 소도시의 아름다운 겨울과 그 영화가 지녔던 중량감이 연상된다.

영화는 노년기에 접어든 다이앤의 하루 하루의 일과를 쫓으며 그녀의 일상 안에서 우리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존재라는 전제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 같지만 조금씩 말라 가고 있는 우물처럼 우리의 삶 역시도 매일 조금씩 소멸돼 간다. 다행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끝을 볼 수 있는 능력 밖에 존재한다. 평범한 소시민 다이앤의 잠재 심리를 따라다니며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문제들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다이앤은 은퇴를 했지만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일로 하루의 일상이 늘 분주하다. 임종을 앞둔 사촌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커뮤니티홀에 들러 빈민들의 식사를 돕고 동네 노인들을 돌봐주는 일들이 그녀의 주된 일과이다. 자신의 일보다 남의 일로 하루 하루가 고되기만 하다.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고심에 차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다. 특별히 마약중독에 빠져있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언제나 그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젊은 시절, 바람을 피웠던 일이 그녀의 마음 깊이에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 자기 때문에 아들이 잘못 됐다는 자책감으로 안쓰럽기만 하다. 그녀는 가끔 환영을 보기도 하고 그녀 스스로 환상 속으로 빠져들며 꿈과 현실을 오간다.

다행히 기독교로 귀의한 아들과 구원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압권이다.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장면을 코믹하게 처리했다. 이미 구원을 받았으며 하나님과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하는 다이앤에게, 아들은 어머니가 구원받지 않았음을 전제로 피곤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자기식의 아집을 신앙으로 착각하고 있는 그릇된 종교관을 시니컬하게 풍자했다.

역량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켄트 존스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주인공 다이앤의 잠재 심리 안에서 죄의식,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고독, 구원의 문제들을 심리극적 연출 방식으로 무게감 있게 다루었다.

70대에 들어선 노배우 메리 케이 플레이스의 내면 연기는 단연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이다. 연말 영화가에 시상 시즌이 다가오면 여우주연상 후보로 그녀의 이름이 자주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메릴 스트립, 제시카 랭처럼 스타 대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숨은 보석처럼 빛나는 그녀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생의 연륜이 듬뿍 담긴 노배우의 가슴 저미는 연기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웨스트LA의 랜드마크리전드, 렘리스모니카, 렘리스플레이하우스7에서 상영한다.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구글플레이에서도 유료로 볼 수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