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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ㆍ액션 뛰어난 퓨전 삼극지

'히로' 장예모 감독의 컴백 작품
무용 작품같은 액션 황홀할 정도

컬러 영화임에도 거의 모든 신들이 흑백 대비로 구성, 편집됐다. [Well Go USA Entertainment]

컬러 영화임에도 거의 모든 신들이 흑백 대비로 구성, 편집됐다. [Well Go USA Entertainment]

섀도(Shadow)
감독: 징예모
주연: 덩차오, 손려, 정개
장르: 액션, 드라마, 아트 하우스
상영시간: 116분




맷 데이먼, 유덕화, 윌렘 데포가 출연했던 장예모 감독의 2016년작 '더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보기 드문 실패작이었다.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장엄하고 화려한 스펙타클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에서의 허술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장예모 특유의 영혼을 파고드는 휴머니즘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문화혁명 시기 부부의 가슴 아픈 이별을 그린 2014년작 '5일의 마중(Coming Home)'은 사랑과 영혼으로 가득 찬 영화였지만 스펙터클과는 무관한 영화였다.

3일 미국에서 개봉한 '섀도'는 영혼과 스펙터클을 겸비한 미장센의 달인 장예모의 야심작이다. 빛과 색채, 몽타쥬 등의 시각효과를 통해 새로운 영상 언어와 영상 미학을 추구해온 그가 '더 그레이트 월'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완성도 높은 무협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삼국시대 중국, 패국의 장군 '도독'은 몇 해 전 적국 장수와의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었고 그 병세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는 암살 등 일신의 위험을 대신 감당할 대타로 써먹기 위해 어릴 적 데려온 하인 경주를 그림자 무사로 기용해 도독의 권력을 지키고자 한다. 경주는 실로 도독을 많이 닮은 용모를 지니고 있다.

도독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독과 주군, 도독과 그의 그림자 경주, 경주와 그의 아내 사이에 미묘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들의 관계에 권력과 야망, 음모와 배신, 사랑과 애욕이 개입된다. 경주는 자신의 본체인 도독의 자리를 노린다. 팽팽한 신경전, 긴장감 끝에 두 남자는 목숨을 건 한 판 승부를 향해 달려간다.

권력자의 그림자, 대역에 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에 걸쳐 적지 않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카게무샤'(그림자 무사)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설정과 유사하다. 장예모는 각기 다른 야망을 추구하는 본체와 그림자의 운명적 대립으로 설정한다. 그가 줄기차게 추구해 온 인간 욕망의 충돌은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섀도는 무협 액션은 역시 중국이 단연 최고봉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영화다. 할리우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디테일에 숨이 멎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최고의 무술감독과 스태프가 동원된 액션은 차라리 고도의 훈련과 테크닉으로 안무된 무용 작품을 보는 듯하다. 피 튀기는 전쟁 장면의 섬세한 연출은 황홀하고도 아름답다.

컬러 영화임에도 영화의 모든 장면들의 세팅은 철저하게 흑백 대비로 구성, 편집되어 있다. 수묵화의 느낌으로 채색된 이 영화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스타일리스트'임을 포기하지 않는 장예모의 일면을 다시 한번 접할 수 있다. 줄곧 내리는 비는 역사의 현장들에서 일어났던 비극을 암시하는 듯 하다.

도독, 경주의 1인 2역을 무리 없이 잘 소화해낸 배우 덩차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는 영화의 후반부를 거의 혼자 이끌고 나간다. 각기 자신의 주군에게 오로지 충성으로 복종을 하는 동안에도 마음에 주군에 대한 복수심을 쌓아온 이들의 설욕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두 남자의 운명의 혈전은 어떤 종말을 맞이하게 될까? 결말부의 반전이 압권이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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