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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을 소재로 디지털 시대의 의미 탐구

'논픽션'은 2016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첫 번째 코미디. [IFC]

'논픽션'은 2016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첫 번째 코미디. [IFC]

논픽션(Non Fiction)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주연: 줄리엣 비노쉬, 기욤 까네, 빈센트 맥케인
등급: R
상영시간: 106분


소설가 레오나드와 출판업자 알랭은 매우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맺어온 친구 사이다. 알랭은 잘나가는 출판사에서 입지가 확고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출판사 여직원 로르와 불륜관계에 있다.

레오나드는 자신의 사생활을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여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이 특별히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그가 관계한 여성들과의 이야기를 그대로 소설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논픽션'은 그가 쓰는 소설이 과연 픽션인가 아니면 논픽션인가, 라는 쟁점에서 시작한다.

알랭은 레오나드의 소설 출판 의뢰를 받고 원고를 검토 중에 있다. 마침 레오나드가 찾아와 두 사람은 점심 식사를 하며 예전처럼 출판과 관련한 주제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두 남자는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 출판이 반드시 필요한지의 여부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벌인다. 대화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레오나드는 언제쯤 자신의 책이 출판될지에 대해 묻는다. 알랭은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라며 냉정하게 레오나드의 소설을 출판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누구나 소셜미디어,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취향에 맞는 글들을 골라 볼 수 있는 시대에 진정 책 출판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등장인물들 간의 논쟁이 지속된다. 대사 위주의 초반부, 얼핏 지루한 영화가 아닐까 우려되는 즈음 줄리엣 비노쉬가 알랭의 아내 셀레나로 등장한다. 그녀의 출현 이후 영화는 빠르게 '로맨틱 코미디'로 전환된다.

셀레나는 자신이 나이가 들어 한물간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인기있는 TV 액션 드라마의 여형사로 출연 중이다. 그러면서 남편의 친구이며 소설가인 레오나드와 6년째 밀회를 즐기고 있다. 막장 드라마(?)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에 충분하다.

레오나드는 셀레나의 반대에도 다음 작품에 셀레나를 등장시킬 작정이다. 소설이라는 창작물에 실제 인물과 경험을 연결하는 레오나드의 반역 행위에 그의 독자들은 여자 친구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퍼붓는다. 알랭은 간편한 전자책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민에 빠진다. 마침 그의 애인이며 디지털 사업부의 팀장인 로르는 전자책의 확대를 강하게 주장한다.

이 영화는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로 2016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첫 번째 코미디다. 아사야스는 막장 드라마의 소재를 자연스러운 프랑스 지성인들의 일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맞바람 난 부부의 불륜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에 '책과 출판'이라는 시대적 소재를 삽입함으로 매우 흥미롭고 깔끔한, 그리고 지극히 프랑스적인 코미디 한편을 만들어 냈다.

아사야스 감독은 디지털 시대에 책이 지니는 의미와 종이책 출판이라는 아날로그 시대의 유산물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특정한 이미지로 치장된 정치인, 연예인들의 모습을 매일 대하는 이 시대의 일상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창조된 가상의 인물들에 환호하는 우리들의 허상을 비웃는 듯하다. 철학적이지도 않고 특별한 고민도 없이 즉흥적으로 내던지는 레오나드의 궤변들은 어쩌면 온라인 공간에서 허우적거리며 참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투정 어린 반항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혼동하는 발레리의 모습은 바로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지.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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