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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일부다처제 베트남 여성들의 성

셋째 부인(The Third Wife)
[Film Movemen]

[Film Movemen]

감독: 애쉬 메이페어
주연: 트란 뉴 엔케 마이 우옹 마야 뉴엔 푸옹 트라 마이
장르: 아트 하우스 드라마
등급: R
상영시간: 1시간 36분


견디기 힘든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분명 피해자들이 있고 종반부에 접하게 되는 '극단적 선택'의 혼돈과 충격은 그만큼 그 대상들에 대한 감정 이입이 효과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셋째 부인'은 19세기 베트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슬픈 가족사이다.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14세 소녀가 겪는 애처로운 삶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또한 자아 발견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소녀의 여성성이 조심스레 노출되는 성적 탐구이며 금기시되어온 당시 베트남 여성들의 성적 표출에 관한 세밀한 관찰이다.

영화는 근대 베트남의 평화로운 시골 정경을 배경으로 꾸밈없고 소박한 시대극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가부장제 사회 일부다처제 부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장예모 감독의 1993년도 작품 '홍등(Raise the Red Lantern)'을 연상시킨다. 공리가 주연했던 홍등은 일부다처제 중국의 오랜 폐습을 인권 차원에서 다루어 서구 영화계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홍등에서 보았던 부호 가문의 처와 첩들간의 질투 애증 갈등 그리고 그에 따른 비극적 종말은 이 영화에서도 재연된다. 홍등이 중국 봉건사회 여성들의 억압받는 인권을 근간으로 삼았다면 이 영화는 보다 은밀한 여성성 묘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독립영화의 정신인 예술성이 순수하게 살아있다.

19세기 베트남 이제 막 14세가 된 소녀 메이를 태운 배가 사방이 아름다운 정경을 가르는 강을 지나가고 있다. 그녀를 태운 배는 온통 꽃으로 단장되어 있다. 이웃 마을의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는 아직 한 번도 남편이 될 그 남자를 본 적이 없다.

나이 많은 남자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의 최고 부자인 그가 셋째 아내로 메이를 맞이하는 장면이다.

홍등이 밝혀지고 첫날밤이 무사히 지나간다. 아직 천진난만한 소녀티를 못 벗은 메이는 다른 두 명의 부인들과도 잘 지내며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잘 적응해 나간다. 메이는 점차 성에 눈을 뜨고 호기심에 찬 눈망울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성적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빨리 아들을 낳아 마님의 지위를 갖고 싶은 생각에 임신을 하게 되고 이후부터 메이는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한다.

메이는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둘째 부인 주안에게 이끌린다. 그녀의 성적 정체성이 조심스레 드러난다. 어느 날 주안을 미행하고 그녀와 첫 번째 부인의 아들이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다. 얼굴 모르는 누군가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아들은 주안 때문에 괴로워한다. 주안은 점차 그를 멀리하고 아들은 실의에 빠진다. 며칠 후 또 다른 앳된 소녀가 아들의 아내로 시집을 온다. 날이 갈수록 주안에게 향하는 메이의 연정도 깊어만 간다.

애쉬 메이페어 감독은 이 영화에서 세 명의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각기 다른 관점의 에로티시즘을 투여한다. 금기시되어 있는 여성의 성적 자아가 표출되는 장면들에서 사용하는 언어 감각이 탁월하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여성의 동성애적 심리를 절제된 서정적 영상미로 처리했다. 정략결혼의 부조리와 소녀의 불행한 운명 종반부의 '극단적 선택'조차도 함축과 무언 생략의 방법으로 전개된다.

베트남 출신의 메이페어 감독은 뉴욕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한 젊은 여성 감독이다. 2014년 스파이크 리 감독의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되면서 제작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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