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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민족간의 반목…위장된 치정의 진실

이스라엘 여성 사라와 팔레스타인 남성 살림의 불륜이 영화의 출발이다.  [Dada Films]

이스라엘 여성 사라와 팔레스타인 남성 살림의 불륜이 영화의 출발이다. [Dada Films]

사라와 살림에 관한 보고서 (The Reports on Sarah and Saleem)
감독: 무아야드 알라얀
주연: 시바네 크레치너, 아디브 사파디
장르: 드라마
등급: R
상영시간: 127분


'사라와 살림에 관한 보고서(The Reports on Sarah and Saleem)'는 실제로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치정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치정극의 형식을 취했지만 갈등을 뛰어넘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상황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각기 결혼한 이스라엘 여성과 팔레스타인 남성의 불륜을 다룬 이 영화는 두 나라, 두 민족 간에 얽힌 민족 감정과 정치적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차가운 정치 현실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져 버리는 두 남녀의 애정은 시작부터 이미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와 치정에 얽힌 불쾌한 진실 게임의 진정한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팔레스타인 출신의 감독인 무아야드 알라얀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의해 억압받는 부당한 정치 상황에 대한 고발로 그치지 않고, 국적을 초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회 전체에 엄연히 존재하는 성(性) 평등에 관한 이슈까지 밀도 있게 파헤치고 있다.



두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애욕에 찬 불륜은 극한의 절망으로 치닫는다. 정치와 로맨스가 만나는 현장에는 민족 간의 냉혹한 이기주의가 개입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속에서 예기치 않은 연쇄작용들이 휘몰아친다.

사라는 이스라엘 여성이고, 살림(Saleem)은 팔레스타인 남성이다. 사라의 남편 데이비드는 이스라엘 군 장교다. 살림의 아내 비산은 임신 중이다. 영화는 네 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행동 반경을 고르게 쫓아다니며 이들 사이에 얽혀 있는 이야기들은 들추어낸다.

사라는 예루살렘 시내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살림은 그 카페에 빵을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둘의 밀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이 없다. 동서로 구분되어 있는 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동예루살렘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서예루살렘에 거주한다. 두 남녀는 긴장감 감도는 경계선을 넘나들며 늘 만날 기회를 엿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부당한 차별이 눈에 거슬리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 있다. 양 민족 간의 격화된 감정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두 남녀는 남들의 시선을 피해 서로를 탐한다.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나누던 둘만의 밀회가 밝혀질 위기에 처한다. 베들레헴 지역으로 배달을 가는 살림을 사라가 따라나섰다가 술집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사라에게 치근덕거리던 팔레스타인 남성이 살림에게 앙심을 품고 경찰에 밀고를 한다. 살림이 이스라엘 군 남편을 둔 이스라엘 여성에게 접근, 기밀을 빼내려고 그녀를 포섭하려 했다는 각본이 짜여지고 살림은 연행당한다.

취조 과정에서 진실은 위장되고 변질된다. 덕분(?)에 살림은 이스라엘 여성을 매수하여 정보를 빼낸 영웅으로 떠오른다. 살림에 대한 거짓 증언을 거부한 사라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 기밀을 넘긴 배신자로 전락한다. 살림과 이혼을 결심한 비산 역시 영웅 남편을 저버린 아내로 취급당한다. 사람들의 냉랭한 시선이 따갑다. 두 남녀의 단순한 치정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민족 갈등 사이에 놓이면서 불러 일으킨 나비효과의 아이러니는 결국 두 여성들을 어처구니없는 피해자로 몰아간다.

살림이 재판을 받는 날 법정 앞에 두 여인이 함께 앉아 있다. 유모차에는 비산의 아기가 누워있다. 두 여인은 아기에 대해 짧은 대화를 주고 받는다. 서로를 연민하는 두 여인의 시선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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