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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가 사라진 시대 배경 로맨틱 코미디

김정·영화평론가
김정·영화평론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6/29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6/28 17:53

잭은 비틀스의 노래를 자신의 노래로 위장하며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다. [유니버설픽처스]

잭은 비틀스의 노래를 자신의 노래로 위장하며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다. [유니버설픽처스]

예스터데이 (Yesterday)

감독: 대니 보일
주연: 히메쉬 파텔, 릴리 제임스
장르: 드라마, 코미디, 판타지
등급: PG-13
상영시간: 116분


영화는 가상이다. 무한한 상상력의 발로이다. 우리들 삶의 현실에서 전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들이 영화 안에서 재구성되고 스토리로 만들어진다. 개연성에 따라 관객들은 마음 속에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고 슬픔과 기쁨 등의 감정 혹은 감동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좋은 영화, 우리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영화는 불가능한 가상의 스토리에 관객들이 철저하게 설득되었음을 전제로 한다. 영화가 지닌 무한의 힘이다. 영국 영화 '예스터데이'는 60년대의 전설적 록그룹 비틀스가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가상을 바탕으로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촌에 일시적 정전이 동시에 발생한다. 잭(히메쉬 파텔)은 정전이 일어나는 순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버스와 충돌,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간다. 다행히 며칠 후 퇴원을 한다. 치아 두개가 부러진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있다. 그러나 한가지 기묘한 일이 발생한다. 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비틀스'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예스터데이' 등의 주옥 같은 노래들로 60, 70년대를 풍미했던 비틀스를 기억하는 사람은 잭이 유일하다.

3류 가수로 전전하던 잭은 자신에게 특출한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음악을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어릴 적 친구 엘리(릴리 제임스)가 잭을 독려하고 위로하지만 잭은 이제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집으로 향하던 차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잭은 퇴원 기념으로 엘리로부터 기타를 선물 받고 친구들의 요청에 못 이겨 '예스터데이'를 부른다. 그러나 아무도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없다. 집으로 돌아와 구글 검색을 해보지만 결과는 딱정벌레, 풍뎅이에 관한 자료들뿐이다.

이후 비틀스의 모든 노래들은 잭이 작곡한 곡들로 위장되고 영향력 있는 레코드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잭은 순식간에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트레인스포팅' 등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데니 보일 감독은 '비틀스 실종 사건'이라는 가상을 중반부까지 매우 흥미롭게 끌고 간다. 그러나 은둔의 삶을 살고 있는 존 레논이 잠시 등장하면서 영화는 우화의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다. 잘 나가던 판타지 코미디에 우회적 교훈이 가미되면서 비틀스 실종이라는 애초의 기상천외했던 '가상'은 그 매력을 잃어 버리고 만다. 가상을 실상으로 설명하려 함으로 오히려 설득력이 반감되어 버린 느낌이랄까.

가벼운 볼 키스(입술 키스가 아닌) 정도로 선을 넘을 듯 말듯 잘 유지되던 엘리와의 친구 관계 또한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해피 엔딩 로맨스로 어색한 탈바꿈을 한다. 차라리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플라토닉 러브를 지키는 '영원한 친구'의 관계로 내버려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극본과 연출 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예스터데이'는 히메쉬 파텔과 릴리 제임스의 연기 덕분에 그런대로 박수를 받을만한 장면들을 연출해 낸다. 파텔의 소탈한 연기와 음악적 재능이 영화 전반에 살아 있고 신예 제임스가 뿜어내는 청초한 매력도 시선을 끈다. 잭의 로드 매니저 로키 역의 조엘 프라이, 영화의 유일한 빌런 데브라 역의 케이트 매키너(SNL) 가 코믹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로맨틱 코미디 팬들에게는 나름 즐길만한 영화다. Yesterday, Let It Be, Hey Jude 등 비틀스가 불렀던 불후의 명곡들이 장면들을 채워 나간다. 그럼에도 영화가 포근한 감동으로 안착하지 못함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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