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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청소원을 통해 본 고독과 부조리

김정·영화평론가
김정·영화평론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7/06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7/05 19:06

삶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영화. 토론토영화제와 뉴욕영화제 출품됐다. [Kino Lorber]

삶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영화. 토론토영화제와 뉴욕영화제 출품됐다. [Kino Lorber]

더 체임버메이드 (The Chambermaid)

감독: 릴라 아빌레즈
주연: 가브리엘라 카톨, 테레사 산체스
장르: 아트 하우스, 드라마
등급: NR
상영시간: 106분


지난해 주요 영화제를 휩쓸다시피 한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영화 '로마'가 계기가 되어 멕시코 웰메이드 영화들도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중, 릴라 아빌레즈의 데뷔 작품으로 저예산 독립영화에 가까운 '체임버메이드(La Camarista)'는 여러 가지 면에서 쿠아론의 '로마'와 비교된다.

두 영화는 우선 상류층과 하류층 삶의 대조적 구조 안에서 한 여성의 시각을 통해 삶의 본질적 부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멕시코 시티 호화로운 호텔의 청소부 이브는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적 삶을 살아가는 24세의 여성이다. 배당된 층의 방들을 돌며 침대 시트를 갈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단순한 일들이 매일 반복된다. 그러나 이브는 투숙객들의 부유하고 화려한 삶을 간접 체험하며 자기만의 시공간 안에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녀는 호텔방에 놓여 있는 손님들의 물건을 호기심과 흥미로 관찰한다. 가난한 하류층 시민이 경험할 수 없는 부의 일부를 그녀만의 방식으로 채취한다. 쓰레기통에 담겨 있는 물건들을 바닥에 깔아 놓고 필요한 물건들을 골라 주머니에 집어넣는 이브의 모습에 카메라가 한동안 머물러 있다.

이브는 틈틈이 집에 두고 온 4살 난 아들과 통화를 한다. 초급 교육을 마치지 못한 그녀는 고졸과정(GED)을 수료한 후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구해 아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으로 호텔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수강하고 있다.

이브는 자신의 배당 층을 42층으로 옮겨 달라고 매니저에게 신청을 해놓았다. 42층은 VIP 전용 초호화 객실 층이다. 얼마 전 손님이 방에 놓고 간 레드드레스를 분실물 센터에 신고했는데 일정 기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신고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침에 따라 며칠 후면 멋진 드레스를 가질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차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투숙객 여인은 자기의 갓난 아기가 이브를 잘 따르는 것을 보고 호텔 일을 그만두고 자기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가자고 제안한다. 그녀의 호의에 이브는 은근히 아르헨티나에서의 새로운 삶을 기대하고 있다.

이브의 이러한 작은 바람들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브는 42층이 다른 사람에게 배당됐고 레드드레스 또한 그날 생일을 맞은 다른 종업원에게 넘어갔으며 기대하던 아르헨티나 투숙객도 메모 한 장 남기지 않고 체크아웃한 사실을 차차 알게 된다.

그러나 이브는 반응에 인색하다. 늘 홀로 있는 그녀는 말이 없다. 주변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존재감 없음을 한번 더 확인할 뿐이다. 영화는 호텔 밖을 벗어나지 않고 커다란 사건 없이, 호텔방과 복도를 주공간으로 움직이는 이브의 일상을 쫓으며 그녀의 심리 관찰에 한걸음 더 들어간다.

바쁘게 움직이는 대도시의 어느 한 공간, 이브의 고독과 마음속에 쌓여온 분노와 비애가 영화의 종결부를 채운다. 체임버메이드는 삶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영화다. 가슴을 무겁게 건드리는 뭉클함이 있다.

"어떤 영화는 케이크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어떤 영화는 인생의 한 조각"이라고 했던 알프레드 히치콕의 말이 떠오른다. 주변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됨으로써 오는 소외감, 고독과 외로움의 주인공은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동질감이 마음속에 차 오른다.

이브 역의 가브리엘라 카톨은 '로마'에서 클레오를 연기했던 얄리차 아파리치오에 비해 연기의 폭이 훨씬 넓은 배우다. 대사가 그리 많지 않은 영화, 그러나 무언의 표현에서 전달되는 허탈과 무상, 부조리, 불공정의 메시지들이 그녀의 연기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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