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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배우 아콰피나의 감성 연기 돋보여

김정·영화평론가
김정·영화평론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7/13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7/12 20:41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할머니의 임종을 위해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한데 모였다. [A24]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할머니의 임종을 위해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한데 모였다. [A24]

더페어웰 (The Farewell)

감독: 룰루 왕
주연: 아콰피나, 티지 마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PG-13
상영시간: 98분


아콰피나는 지난해 선보인 '오션스 8'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출연하면서 익살과 코믹연기로 일약 할리우드 스타덤에 오른 한국계 배우다. 아콰피나는 어느덧 조연급 배우가 아니라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영화를 고르는 위치에 올라 있다.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더 페어웰'은 아콰피나에게 다시 한번 그녀의 연기력을, 그러나 다른 차원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 준 영화다.

독립영화의 메카 선댄스 영화제는 작품성과 예술성에서 돋보이는 영화들이 처음 대중에 선보이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더 페어웰'은 2019년 선댄스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더 페어웰'은 중국계 룰루 왕의 감독 데뷔 작품으로 그녀의 자전적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왕 감독은 가족사 안에 존재하는 위장과 속임을 감동적 코미디로 처리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객들을 놀라게 한 건, 영화에서 보여준 아콰피나의 감성 연기였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코믹 연기가 아닌, 감동적 내면 연기가 영화제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화젯거리가 됐다.

빌리(아콰피나)는 뉴욕에 살고 있는 중국계 이민 가정 출신으로 작가를 꿈꾸고 있는 여성이다. 독립해 따로 살고 있지만 돈벌이는 변변치 않아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5년 전 아버지를 따라 이민온 그녀는 중국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빈번하게 전화 통화를 한다. 뉴욕 거리를 걸어가며 할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는 빌리의 모습에서 할머니와 손녀의 남다른 친밀감을 엿볼 수 있다. 떨어져 살아도 서로 걱정하며 일상에 대해 대화하고 매일 안부를 묻는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 오가는 정감이 애틋하다.

빌리는 어느 날 부모를 방문했다가 할머니가 폐암 선고를 받고 3개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는 충격적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일본에 살고 있는 삼촌 등 모든 가족들이 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식구들은 삼촌의 아들의 가짜 결혼식을 중국에서 열기로 계획한다. 할머니의 임종을 위해 온 가족들이 다시 중국에서 모이기 위한 위장 결혼식이다.

영화에는 아시아권 가족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다. '더 페어웰'은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문화권의 가족관련 가치의식을 탐색해 볼 수 있는 영화로 적절하다. 할머니에게 암 선고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는 빌리와 삼촌의 대화 장면이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성장한 빌리는 할머니에게 사실을 알려 당사자의 의지로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촌은 할머니의 정신 건강을 더 걱정한다. 사실을 알려줌으로 여생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할머니와 특별히 각별한 정을 나누며 지냈던 빌리에게는 할머니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힘들고 불편하다.

아콰피나가 주연으로 활약하는 첫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그녀의 존재감이 한층 더 빛나는 영화이다. '더 페어웰'은 아콰피나에게 있어 할리우드에 던지는 일종의 선언이다. 코믹 배우로서의 이미지로부터 탈피하겠다는 의지와 조연 배우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중언어 배우로서의 브랜드 확장의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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