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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애인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Kino Lorber]

[Kino Lorber]

페이스풀 맨(A Faithful Man)
감독: 루이 가렐
주연: 릴리-로즈 뎁, 루이 가렐, 라에티샤 카스타
장르: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
상영시간: 75분
등급: NR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키 크고 코가 큰 남자 루이 가렐은, 지난해 타계한 이탈리아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투치의 2003년작 '몽상가들'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프랑스 청년 테오를 연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프랑스 배우이다. 그는 2014년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삼각 관계를 그렸던 '투 프렌즈'로 감독 데뷔를 했다.

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필립 가렐의 아들로 1983년 파리에서 출생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비롯한 유명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길렀다.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어린 소년 역이 대부분이었지만 때로는 나이답지 않게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그만의 독특한 매력과 개성을 영화계에 각인시켰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삼각관계는 가렐 부자에게 영원한 삶의 주제이자 화두인 듯싶다. 아버지 필립 가렐이 연출한 2014년작 '질투'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어린 딸과 아내를 버리는 남자 루이(루이 가렐)의 이야기였다. 루이 가렐의 두 번째 연출작 '페이스풀 맨'은 아버지의 작품 '질투'와 반대로 남자친구의 친구와 사랑에 빠져 동거하던 애인을 떠나는 여자의 이야기로 뒤바뀐다.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과 깊이 면에서 아버지의 작품에 비할 바 못되지만 전형적인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의 세팅 안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나름대로 제법 흥미롭다.

저널리스트가 직업인 아벨은 애인 마리안느(라에티샤 카스타)와 파리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려는 그에게 마리안느가 할 말이 있다며 머뭇거린다. 임신을 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아벨은 기뻐하지만 마리안느는 곧 자신이 임신한 아기는 아벨의 아닌, 아벨의 가장 친한 친구인 폴의 아기라고 말한다.



마리안느는 26일이 결혼 예정일이고 그 전에 아벨이 집을 비워주었으면 한다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 이달 26일이냐고 묻는 아벨에게 그렇다고 답한다. 불과 며칠을 남기고 애인으로부터 이별 통고를 받은 아벨은 순간 태연한 척하지만 말 그대로 멘붕에 빠진다. 그가 받은 충격과 황당해 하는 모습에 동정이 가지만,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랑의 비극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그랬던 그녀가 9년 후 아벨의 삶에 다시 돌아온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폴의 장례식에서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되고 서로를 원하는 마음을 확인하며 또다시 동거에 들어간다. 화면에 등장하지 않지만 폴과의 삼각관계는 사실 이때부터 시작이다.

아벨을 시기하는 폴의 아들 조셉과 어릴 적부터 아벨을 짝사랑하던 폴의 여동생 이브(릴리-로즈 뎁)가 등장한다. 아벨과 마리안느의 침대 밑에 아이폰을 밀어 넣어 두 사람의 은밀함을 녹음하는 조셉의 질투와 자기 차지이어야 할 아벨을 두 번씩이나 빼앗아간 마리안느에 대한 이브의 질투가 맞물리며 본격적인 프렌치 섹스 코미디가 시작된다.

길지 않은 상영시간,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장면 처리와 바쁘게 돌아가는 스토리 전개로 영화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번 사랑만큼은 영원할 거라고 믿으며 많은 영화의 주인공들은 '진정한 사랑'을 위해 가족을 떠나고 애인을 버린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말이 지닌 무게감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가렐가(家)의 영화들은 인간이면 누구나 마음속에 지니는 사랑과 고독, 불안함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렐은 재치와 풍자와 여유 등의 코믹 요소들을 가미시키며 누벨바그의 전통 안에서 흘러온 프랑스 영화의 감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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