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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전통에 맞선 '젊음' 이야기

블라인디드 바이 더 라이트(Blinded by the Light)

인도계 거린다 차다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아시아계 여성감독이다. 그녀의 대표작 'Bend It Like Beckham'(2002)은 데이비드 베켐처럼 멋진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사는 인도계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였다. 이 영화 역시도, 부모 세대에게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민 가정의 전통적 가치관과 충돌하는 10대의 반항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차다 감독의 히트작 'Bend It Like Beckham'과 맥을 같이한다.

무슬림 이민가정을 배경으로 한 10대의 자아 발견이라는 동일한 테마에다 주어진 설정, 전개 방식도 유사하다. 특별한 반전 없이 진행되는 스토리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행히 이 영화에는 전작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당대의 록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신명나는 노래들이다.

시대 배경인 1987년의 영국은 마거릿 대처가 집권하던 시절이다. 당시 영국은 사회 전체가 커다란 변혁기를 겪고 있었다. 특히 새롭게 일기 시작한 이민 물결로 산업 현장과 노동 시장에서는 마찰과 충돌이 빈번했다. 자신들의 노동 기회를 앗아가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이민자들에 대한 기득권층 백인들의,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반발이 극렬하게 표출되던 시기였다.

파키스탄계 이민 가정에서 자란 자베드(비베익 칼라)는 또래 여학생들과의 눈 마주침도 수줍어할 정도로 전형적 너드 타입의 고교생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비즈니스를 전공해 집안 경제에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자베드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는 일에 몰두해 있다. 직장을 잃어 버려 생활이 곤궁한 상황에서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는 아들의 시 작업이 아버지는 몹시 못마땅하다.



다른 세대간의 문화적 차이, 아버지와의 갈등, 가난이 주는 불편한 상황에 자베드는 늘 의기소침해 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우연히 친구에게 카세트 테이프를 건네 받고 스프링스틴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순간, 자베드에게 찾아오는 전율, 그건 다름 아닌 용기와 영감, 감동과 잃어버렸던 자신감이다.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사회를 추구하는 스프링스틴의 이상주의와 서민과 노동자의 시각에서 사회를 비판하는 개혁성과 전진성은 자베드의 삶에 일순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스프링스틴이 삶의 멘토가 되면서 자베드는 완고하기만 한 아버지에게 당당히 저항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가족과 여자 친구를 떠나는 용기를 발휘한다.

차다 감독은 이렇듯 영화 속에 다양한 문화를 등장시키고 세대간의 갈등을 묘사하며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결국은 화합으로 귀결되는 여정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를 이해하고 삶에 대해 성찰하는 그녀의 변함없는 이 '한가지 테마'는 늘 밝고 명랑하며 유쾌하다.

다소 안이한 종결부의 '진부한 감동'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생동감 있는 촬영과 스프링스틴의 흥겨운 음악, 젊음의 열기가 영화를 한껏 살려 나간다. 음악은 인류의 정신과 감성을 움직이며 또한 끌어안는다. 스프링스틴의 음악은 자베드에게 불우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고 시의 모티브로 작용한다.

대중 음악만큼 효과적으로 정의와 사랑을 그리워하는 인류의 귀향 본능을 일깨워 주는 장르도 없다. 흘러간 시대의 뮤직 아이콘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최근 영화가의 추세도 아마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30년이 지났지만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사회에 던졌던 메시지는 오늘날도 유효하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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