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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막은 내부 고발자의 용기

오피셜 시크릿 (Official Secrets)

2003년 감행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앞서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일련의 계획들이 있었다. 이 사실을 사전에 알게 된 영국의 정보원 캐서린 건(키이라 나이틀리)은 그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기밀 정보를 언론에 유출한다.

[IFC Films]

[IFC Films]

'오피셜 시크릿'은 자신에게 불어닥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정의로운 용기로 국가에 맞선 한 여인의 실화를 그린 정치 스릴러이다.

2019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영화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감독 개빈 후드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건은 타이완에서 중국어를 배운 아시아통으로 영국 통신감청 기관에 배치돼 통역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의 무력 침공에 반대하는 프랑스와 독일에 대하여 미국은 한창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UN안보리의 결의안 표결이 다가오고 있는 시기이다.



미 국가안보국(NSA)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사찰과 불법 도청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영국에 협조를 요청한다. 건은 미국의 이러한 계획을 일간지 가디언에 폭로한다. 그녀는 NSA가 영국 정보기관 간부들 앞으로 보낸 비밀 메모를 증거로 내보인다. 이 메모에는 침공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안보리 소속 비동맹 국가들의 외교관을 상대로 은밀히 도청과 뒷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이 이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려 헸던 것으로 풀이되는 충격적 내용이다.

반전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건의 '내부고발'은 국제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곤경에 처한 영국 정부는 국가기밀 누설죄로 건을 즉각 해고하고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에 회부한다. 건은 인권변호사 벤 에머슨(레이프 파인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에머슨 변호사는 미국의 요청이 국제법에 반하는 불법이며 건의 기밀누설은 부당한 전쟁에 자국의 개입을 막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는 논리로 맞선다. 국민의 알 권리와 권력이 주도하는 음모가 충돌하면서 가짜 뉴스들이 생산되고 건의 사생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그녀의 이슬람계 남편은 추방 위기에까지 몰린다.

영국 검찰은 결국 건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 제시를 포기한다. 런던 형사법원은 건의 국가기밀누설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다. 건의 기밀 누설이 위법이었음에도 그녀의 범죄 동기를 정당한 행위로 보았던 당시 영국 사회의 성숙한 여론의 승리이기도 했다.

법은 사회질서를 위해 인간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법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법의 인권적 가치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는 듯 보인다. 영화적 가상과 흥미 대신 지나치게 사실 위주의 대사에 의존하다 보니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이 덜하다.

레이프 파인즈의 대사에 필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고통과 위기감, 남편과의 갈등을 표현하는 나이틀리의 연기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결론부의 멜로드라마적인 뉘앙스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이 사건이 영국 역사의 중요한 한 장을 보여줬음에도 당시 미국 언론에서는 보도량이 극히 미비했고 많은 대중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국가의 범법 행위는 국민의 알 권리 밖에서 은밀히 자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인간의 사고와 행위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또한 반역자로 몰고 가기도 한다. 캐서린 건은 영국인들에게 자랑스럽고 용기있는 '시민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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