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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베를루스코니의 막후 인생

로로 (Loro)

문제적 인간 베를루스코니의 삶을 탐구하는 이탈리아 영화. [IFC Films]

문제적 인간 베를루스코니의 삶을 탐구하는 이탈리아 영화. [IFC Films]

'그레이트 뷰티'와 '유스(Youth)'를 연출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이다. 4번이나 이탈리아 총리를 지냈고 섹스, 마약, 부패를 논하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인물, 당대 최고의 문제적 인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막후 인생을 다룬 블랙코미디로 실존 정치인을 소재로 현실 사회를 비판하는 풍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장 이탈리아적인 감독이 가장 이탈리아적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끊임없는 여성들과의 스캔들, 탈세, 공무원 매수, 마피아와의 결탁 혐의로 부정부패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음에도 이탈리아는 베를루스코니의 카리스마에 열광했다.

이탈리아 역사상 최장수 총리를 지냈지만 베를루스코니는 재임시 섹스 스캔들에 연루돼 총리직을 사퇴해야 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그는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며 인생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외딴 지역의 별장에 머무르고 있었다. 영화는 바로 이 시기, 3년여의 기간(2006-2009년) 동안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존 인물의 흥미로운 실화에 사랑과 인간 근원의 욕망을 더한 시나리오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외곽 정경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품성 넘치는 인생 드라마, 소렌티노의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개의치 않는, 야망에 찬 또 다른 인물 세르지오 모라가 영화의 초반부를 이끌어 간다. 그는 사업가처럼 행세하지만 마약과 매춘이 본업인 건달이다. 모라는 베를루니코스의 별장 옆 건물을 렌트해 그를 현혹시키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아직도 살아있는 권력인 베를루스코니에 접근하기 위해 그가 동원하는 수단은 자신의 '전문분야' 여자와 마약이다.

미장센의 귀재 소렌티노는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특유의 판타지 시퀀스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연출해낸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매개체는 여체(들)이다. 육감적 여체들로 채워진 환락의 풀장 파티가 시종 이어지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70의 나이에도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탐하는 베를루스코니의 욕정을 풍자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천박함에조차도 자신감을 보이는 베를루스코니의 캐릭터는 토니 세르빌로라는 대체불가의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베를루스코니를 연기할 단 하나의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베를루스코니의 외모와 말투를 그대로 재현하며 '권력 잃은 권력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추악한 본성으로 인하여 가장 상처받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랑하는 아내 베로니카이다. 영화는 베를루스코니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내와의 관계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권력은 과연 무엇인가? 권력자에게 도덕과 윤리의 가치는 다른 것인가? 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은 무엇일까? 영화를 통해, 문제적 인간 베를루스코니의 삶을 탐구하며 떠오르는 질문들이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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