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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그 이름이 주는 시사성

11일 미주 개봉 '기생충(Parasite)'

'기생충'은 특별히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영화이다.

'기생충'은 특별히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영화이다.

봉준호 영화의 다양한 키워드들 중 특히 최근에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다. 아직도 그의 두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봉준호 영화의 베스트로 꼽는 이들이 많다.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33년만에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희대의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의 감독 봉준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각종 지원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봉준호는 당당히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영화감독조합 대표, 세월호 조사 지지가 이유였다. 이명박 정부 역시 그가 대중적 파급력이 높은 영화감독이라는 이유로 '단속 대상'으로 분류했다.

봉준호는 블랙리스트라는 새로운 '시사 용어'로, 민주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듯 착각하고 있던 한국인들에게 그 부당성을 각인시켰고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영화로 파헤쳤다. 우리는 계급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조리한 차별, 그에 대한 봉준호의 거부반응을 그의 첫번째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에서 경험한다.

봉준호, 그 이름이 주는 시사성은 '옥자'를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시작한다. 2017 칸 영화제에 출품된 '옥자'가 주목 받기 시작하자 주최측은 영화관 개봉을 한적이 없는 '옥자'의 영화제 참가 자격을 문제시했다. 결국 영화제 측은, 온라인 스트리밍만을 통해 선보인 영화는 아예 영화제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른다. 스트리밍이 대세인 시대에 한번쯤 논의되어야 할 주제가 봉준호에 의해 점화되었다.



봉준호와 칸영화제의 남다른 인연은 다행히 달콤한 해피엔딩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그의 일곱 번째 장편 '기생충'이 2019년 황금사자기 상을 거머쥐며 한국영화사에 정점을 찍는 쾌거를 이루어 낸다.

봉준호 영화의 대표적 특징은 우화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대성과 사회성이다. 봉준호는 풍자와 해학으로 철학의 여백을 띄우고 자신만의 지극히 한국적 사유 공간 안으로 글로벌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아이러니한 우화를 매개체로 하는 봉준호의 영화언어는 '기생충'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다. 봉준호가 즐겨 사용하는 우화들, 그 뒤에 숨어 현실 사회와 연결된 사회 풍자와 우회적으로 표현되는 정치적 농담들은 기생충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또 하나의 시사성이다. 우화라는 비사실성 안에서 시사성의 리얼리즘을 발견하는 건 관객의 능력이다.

봉준호는 한국적 은유인 '짜파구리'와 느닷없는 종북 개그를 거침없이 글로벌 관객에게 던진다. 하필이면 요즘 가장 핫한 시사어가 '짜장면'이다.

기생충에 담겨있는 메타포들의 형상 언어는 '냄새'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상하 계층간의 갈등을 봉준호는 냄새로 묘사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지하철 타는 사람들한테서 나는 그 냄새"는 냄새를 지닌 자에게 모멸감으로 인식되고 분노로 쌓여 순간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봉준호가 던지는 이 가파른 냄새의 시사성, 한국사회를 묘사하는 영화 '기생충'이 다음 주 미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미 한국을 비롯, 세계 각지에서 개봉되어 대부분의 영화팬들은 대강의 정보를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기생충'은 특별히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영화이다.

미주 개봉(11일)에 앞서 봉준호 감독이 던진 말, "오랫동안 참으셨지요?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등급 R, 상영시간 131분.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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