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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의 이루지 못한 사랑 다룬 프랑스 시대극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Lady on Fire



[NEON]


[NEON]


해마다 5월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 수여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칸영화제의 ‘외전’으로 ‘퀴어 종려(Queer Palm)’ 가 있다. ‘LGBT 커뮤니티’는 물론 많은 영화팬들은 칸영화제와 함께 어떤 영화가 퀴어 종려상을 수상하느냐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셀린 시아마(Celine Sciamma)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이다. 그녀의 신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on Fire)’은 지난 2019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지만 대신 퀴어 종려상을 수상했다. 과거 연인이었던 여감독과 여배우(아델 에넬, Adele Haenel)가 다시 만나 만든 영화라는 이색 포인트만으로도 화제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영화에 출연한 두 명의 주인공 여배우 모두 칸영화제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었고 유럽영화상에서도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브르타뉴의 외딴 섬에, 여류 화가인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 Noemie Merlant)가 도착한다. 결혼을 앞둔 젊은 여성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의뢰받았기 때문이다. 수녀원 생활을 마치고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엘로이즈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한 초상화를 그리는 일도 원하지 않는다.



엘로이즈의 어머니는 마리안느에게 초상화 얘기는 비밀로 하자고 제안하며 산책 동반자로 소개한다. 마리안느는 함께 산책을 하며 은밀히 엘로이즈를 관찰하고 홀로 방으로 돌아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두 여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다름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서로의 여성성을 은밀히 탐미한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주고 받는 시선, 초상화를 주제로 벌이는 논쟁, 서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두 여성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 사랑을 가꾸어 나간다.



동성애가 정신병으로 분류되던 5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동성에 대한 사랑과 혼란을 그렸던 2016년작 ‘캐롤’을 시대극으로 각색해 놓은 느낌이다. 결혼도 출산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었던 시대의 비극에 갇힌 두 여성의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 이들의 애절한 사랑에 대한 설명적 서사 대신, 이들이 함께 했던 시간, 그 운명적 만남을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묘사된다.



영화는 어떤 사건으로 인한 드라마틱함 보다 절제와 지성을 갖춘 두 여성의 시대극적 캐릭터에 집중한다. 그들의 시선에 담겨 있는 내적 열망이 애틋하다. 음악과 미술에 대한 이들의 진지한 대화에는 18세기말 프랑스의 예술주의적 향기가 진하게 베어있다. 연인 관계였던 시아마와 에넬은 여성들의 동성애적 ‘첫경험’을 소재로 했던 2006년작 ‘워터 릴리즈(Water Lilies)’에서 처음 만나 페미니즘에 관한 영화들에 관한 관심을 보이며 여성주의적 이슈와 주장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 영화 역시도 페미니즘의 색채를 띠고 있지만 다른 영화들처럼 평등과 차이에 대한 논쟁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시아마의 여성주의는 이제 성숙한 여성들의 절제된 욕망과 내적 감성으로 포커스를 옮겨 가고 있는 듯 하다.



이루지 못할 사랑, 기억할 사랑으로 가꾸어라. 이 즈음에서 던지는 시아마의 사랑에 대한 아포리즘이다.




한줄 요약: 여류 화가와 초상화의 주인공 간의 동성애를 그린 페미니즘 영화. 18세기말 프랑스의 예술주의와 성숙한 여성의 절제된 욕망, 내적 감성을 섬세하게 그렸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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