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거짓말이 갈라 놓은 자매의 슬픈 운명
보이지 않는 삶 (The Invisible Life of Euridice Gusmao)
1950년대 브라질의 리오데 자네이로. 에우리지스(Euridice)와 언니 기다(Guida)는 그리스계의 중산층 이민가정에서 자란 자매이다. 아버지는 매우 강하고 완고한 성격의 소유자로 두 딸에게도 엄격하다. 어머니는 그래서 딸들이 안스럽다.
피아니스트가 꿈인 에우리지스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음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 중이다. 아름다운 외모로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기다는 남자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다. 아버지 몰래 밤늦게까지 데이트를 즐기고 늦게 집에 들어오는 일이 잦다. 에우리지스는 언니가 집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집문을 살짝 열어 놓곤 한다.
어느 날, 기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그리스 선원을 따라 그리스로 가버린다. 에우리지스는 그렇게 떠나 버린 언니에 대한 섭섭함과 걱정으로 세월을 보낸다.
몇 달 후 기다는 남자에게 버림받고 임신을 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분노한 아버지는 그녀를 바로 내쫓아 버린다. 동생을 보고 가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에우리지스가 오스트리아로 떠났다고 거짓말을 한다.
임신한 몸을 이끌고 살아야 하는 기다는 빈민촌에 거처하며 매춘으로 삶을 이어간다. 수시로 동생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버지는 편지들을 에우리지스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에우리지스는 아버지가 원하는 남자와 사랑없는 결혼을 하고, 리오 데 자네이로에 머물러 산다. 두 자매는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수십년의 세월을 흘려 보낸다.
80대 할머니 에우리지스의 모습이 보인다. 딸의 식구들이 집에 와 있다. 짐을 정리하던 중 상자 하나가 에우리지스 앞에 놓인다. 기다의 편지들을 발견한다. 아버지의 위장과 거짓으로 언니와 헤어진지 60여년. 에우리지스는 기다의 편지들을 하나 하나 읽어 내려간다.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 기다의 한 많은 사연들이 에우리지스의 가슴을 저민다.
브라질 출신의 아트하우스 장르 감독인 카림 아이누즈(Karim Ainouz)는 두 자매의 기구하고 애달픈 삶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가 어떻게 여성의 자아를 억누르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페미니스즘에 바탕한 사회 비판, 영혼을 흔드는 감동과 슬픔이 멜로드라마적 톤으로 표현된다.
우리의 어제를 떠올리게 하는 두 자매의 운명적 일대기와 여성 억압의 서사는 세계 보편의 이야기이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소재가 아닐까 한다. 등급 R, Amazon Studio, 141분
한줄 요약:
5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명은 피아니스트로, 한명은 매춘부로 살아가는 두 자매의 기구하고 애달픈 이야기. 페미니즘에 바탕한 사회 비판, 영혼을 흔드는 감동과 슬픔이 멜로드라마적 톤으로 표현된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출품작.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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