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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현실 꼬집기' 돋보이다

올해 영화 톱 10

각 매체들이 띠우는 그 해의 ‘베스트 10’ 이 한창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같은 영화라 하더라도 평론가에 따라 평점이 다르고 심지어는 대중들의 사랑과 인기를 받았어도 오스카상에서 거론조차 안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진정한 베스트 10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영화가 이루어낸 성취의 척도는 결코 베스트 10이라는 잣대로 평가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떤 영화이든, 그 작품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정체라는 사실 만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들은 그 해에 선보인 수 많은 영화들 중 베스트10을 고르는 ‘연례 행사’를 거르지 않는다. 인터넷 시대의 클릭수를 겨냥한 상업주의 또한 경계의 대상이다. 예술성, 독창성, 창의성, 흥행성, 대중성 등의 사항들이 고려되지만 그 어떤 기준도 합당하지 않다. 잘 팔린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대중의 인식, 혹은 등식도 무의미하다. 좋은 영화의 기준은 관객의 적극적 선택과 관심에서 비롯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내게는 ‘베스트’이다.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추천할만한’ 영화 10편을 순서없이 골라봤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Lady on Fire)

여류 화가와 초상화의 주인공 간의 동성애를 그린 페미니즘 영화. 18세기말 프랑스의 예술주의와 성숙한 여성의 절제된 욕망, 내적 감성을 섬세하게 그렸다.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 셀린 시아마의 신작. 지난 2019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과거 연인이었던 여감독과 여배우(아델 에넬, Adele Haenel)가 다시 만나 만든 영화. 영화에 출연한 두 명의 주인공 여배우 모두 칸영화제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었고 유럽영화상에서도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기생충(Parasite)



기생충의 활약으로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에서 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2019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LA평론가협회협회와 시카고평론가협회 선정 작품상, 뉴욕 영화평론가협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러브상에 감독상,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후보에 올라 있다. 내년 2월의 오스카상에도 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등에 후보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풍자와 우회적으로 표현되는 정치적 농담들이 가득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웃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할리우드와 미국 사회가 동시에 급변하고 있던 1969년. 히피문화로 대변되던 시대, 자유, 마약, 섹스가 새로운 시대 풍조를 이루면서 할리우드에도 급격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기 한물간 배우 릭 달튼과 그의 친구이며 스턴트맨인 클리프 부쓰의 이야기. 퀜틴 타란티노 특유의 창의성이 넘쳐 흐른다.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로 올라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남우주연상에, 브래드 핏이 조연상에 이름을 올렸다. AFI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고 아역 줄리아 버터스가 단역으로 출연, 호평을 받았다.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세기 미국 정치 이면에 존재했던 악명높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마피아와 연루된 힛맨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의 시선으로 장기 미제 사건의 대명사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다. 넷플릭스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손을 잡았다. 드 니로 외에 50년대 미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트럭노조 ‘팀스터스’의 수장 호파 역에 알 파치노가, 마피아 보스로 조 페시(뉴욕평론가협회 조연상 수상)가 인상적 연기를 보인다. 역사와 픽션의 중간지대에서 50년대 마피아의 내부 사정과 전후 미국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조커 (Joker)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제어되지 않는 조커의 웃음. 그 웃음은 어린 시절 아서가 겪었던 가정 폭력의 후유증이며 일상이 무너진 자의 절규였다. 2019년 최고의 화제작. 문제적 인간 아서 플렉의 내면을 탐구하며 동시에 부의 양극화로 인하여 피폐해져만 가는 현대 사회를 비판한 영화.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골든글로브상 작품상에, 남우주연상에 호아킨 피닉스가 올라있다. 피닉스의 조커 연기는 단연 올해 최고의 연기이다.

◆더 페어웰 (The Farewell)

중국계 룰루 왕의 감독 데뷔 작품으로 그녀의 자전적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 왕 감독은 가족사 안에 존재하는 위장과 속임을 감동적 코미디로 처리해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객들을 놀라게 한 건, 아콰피나의 감성 연기였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코믹 연기가 아닌, 감동적 내면 연기가 영화제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화제거리가 되었다. 골든글러브 외국어영화상과 여우주연상에 아콰피나가 후보로 올라있다.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노아 바움백이 2년만에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왔다.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 외에 로라 던의 조연 연기가 돋보인다. 던은 뉴욕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연극극단의 감독과 여배우로 만난 찰리와 니콜은 가정을 이루었지만 끝내 성격 차이로 파경을 맞고 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양육권 문제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다. 일상의 자그마한 이야기들 속에서 소재를 찾는 바움백의 연출 감각이 뛰어나다. 골들글로브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라있다.

◆페인 앤 글로리 (Pain and Glory)

스페인 영화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영화감독 살바도르 마요의 강렬했던 첫 사랑과 찬란한 욕망을 그렸다. 2019 칸영화제에 이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놓고‘기생충’과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 살바도르 역의 안토니오 반데라가 뉴욕과 LA의 비평가상 남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했다. 알모도바르 특유의 화려한 색채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더 라이트하우스 (The Lighthouse)

두 명의 등대지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캐릭터 중심의 2인극. 노장파 웰렘 데포와 소장파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대결이 관전 포인트이다. 서로를 싫어하는 두 남자의 심리 안에서 움직이는 혐오, 그러나 어쩌면 인간 본연의 우정일지도 모르는 묘한 감정들과 외딴 곳에 격리된 등대지기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 심리극이다. 골든글러브상에는 후보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오스카 남우 주연상에 패틴슨이, 남우조연상 후보로 데포가 거론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밤쉘 (Bombshell)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그레천 칼슨과 메긴 켈리 등의 여직원들은 폭스뉴스의 창립자 로저 에일즈에게는 ‘밤쉘’이었다. 영화 ‘밤쉘’은 폭스뉴스 사내에서 일어났던 에일즈의 성추행 사건(들)을 칼슨과 켈리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미투’를 다룬 최초의 헐리웃 영화로 출세 제일주의가 만연한 방송가를 배경으로 정치, 권력, 섹스에 얽힌 스캔들을 빠른 템포로 그려 나간다. 메긴 켈리의 자서전 ‘더한 것에 만족하라’(Settle for More)를 바탕으로 했다. 골들글로브 작품상, 여우주연상에 샬리즈 테론, 여우조연상에 마고 로비가 각각 노미니 되어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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