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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가짜 신부가 전하는 도덕과 위선의 가르침

코퍼스 크리스티 (Corpus Christi)

[사진제공 Film Movement]

[사진제공 Film Movement]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있다. 누군지 모르는 그 배우의 몰입된 연기에 나 또한 몰입된다. 나만 그런가 싶어 검색을 해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그의 연기에 감탄과 찬사를 보내고 있다. 누구나 겪는 '영화 경험'이다.

'기생충'과 함께 2020년 오스카 국제장편영화 부문 후보에 올랐던 '코퍼스 크리스티'에 등장하는 주연배우 바르토시 비엘레니아가 바로 그런 배우이다. 그는 지난 해 이 작품에서의 압도적인 연기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예로 급부상했다. 비엘레니아는 '가짜 신부' 다니엘을, 악마의 열정과 천사의 얼굴로 연기하며 대체불가의 흡인력을 과시한다.

'코퍼스 크리스티'는 오스카상 후보로 발표되기 전, 2019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연 이후 세계의 크고 작은 영화제들을 돌며 다양한 부문의 상들을 수상해왔다. 폴란드 개봉 당시 140만 관객을 동원,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력을 함께 입증하는 저력을 보인 작품이다.

살인죄로 소년원 복역을 하고 모범수로 가석방된 다니엘은 신부를 꿈꾸지만 신부가 될 수 없다. 전과 기록 때문이다. 그는 소년원에서 일자리로 지정한 목공소로 가지 않고 마을을 배회하던 중, 성당을 찾아간다. 성당에서 주임신부의 딸을 만난다. 그녀와 대화 도중, 엉겁결에 자신을 수행 중인 신부라고 소개한다. 다행히도 그의 가방 안에는 소년원에서 훔쳐온 사제복 한벌이 있었다.



주임신부를 소개받고 그의 집애 머무는 동안, 주임신부가 병에 든다. 다니엘에게 자기 대신 성당 일을 맡아 줄 것을 당부하고 얼마간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마을을 떠난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다니엘의 가짜 신부 행각은 진짜 신부보다 더 신부 같다.

다니엘은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뒤로 하고, 신부로 행세하며 하며 마을 사람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그 고통을 함께 아파하며 나름의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그가 인도하는 미사는 엉뚱하지만 사람들에게 오히려 감동을 준다.

영화의 제목 'Corpus Christi'는 '예수의 몸'을 의미하는 라틴어다. 문신으로 가득 찬 다니엘의 몸은 예수처럼 거룩하지 않다. 영화는 카톨릭을 소재로 했지만 종교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종교 영화는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종교적 형식' 앞에 놓인 인간들의 비인간성과 고정 관념에 도전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영화이다. 그 도전의 형식은 다니엘의 고통에 찬 온몸 저항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오르기 전, 사람들을 섬겼다. 성인의 삶을 살았으되 죄인의 신분으로 십자가에 매달렸다. 이 역설의 현장에 가짜 신부 다니엘의 수치와 울분의 몸부림이 있다. 악마와 천사가 공존하는 다니엘의 삶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신 앞에서 누가 그를 단죄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영화가 끌어내는 은유법은 연민과 유대감이다.

위선으로 가득 찬 우리 모두의 삶에 다가선 불편한 진실과, 인간의 본성을 깊이 있게 파헤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젊은 감독 얀 코마사의 종교적 모순을 꿰뚫는 연출과 라이징 스타의 강렬한 연기의 조화가 잠들었던 우리들의 자아를 깨운다. 죄인과 성인, 악마와 천사, 도덕과 위선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다니엘이 절망과 속죄로 향하는 도중 만나게 되는 광란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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