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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볼만한 가족 영화…19세기 덴마크 이주 노동자의 애달픈 삶

정복자 펠레 (Pelle the Conqueror)

1987년작 '정복자 펠레'는 그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을 휩쓴 작품으로 얼마전 타계한 스웨덴의 명배우 막스 폰 시도우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합작영화로 덴마크 작가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아직 산업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19세기초의 스웨덴은 이웃 나라 덴마크에 비해 가난한 나라였다. 돈을 조금 모아 작은집 한 채를 장만하고 아들 펠레를 돌봐줄 여자를 만나 일요일이면 늦잠을 자며 침대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소망인 홀아비 라세(막스 폰 시도우) 그러나 그의 이러한 소박한 꿈조차도 무참하게 짓밟히는 이주 노동자의 참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라세와 8살난 아들 펠레는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 덴마크로 이주 스톤 농장에 정착한다. 문제가 많아 보이는 농장의 안주인과 바깥주인이 모두 마땅치 않지만 이들 부자에게는 마다할 수도 없는 처지다.

임금은 적고 휴일도 없이 일을 해야 한다. 마구간 같은 곳에서 잠을 자며 늘 배고픔에 시달려야 하고 덴마크 사람들의 조롱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이민지에서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이 두 부자를 지탱케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세상에서 최고의 존재인 줄만 알았던 펠레는 노쇠해지면서 점차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 라세가 못마땅하다. 두 사람은 노예와 같은 삶을 접고 농장에서 도망칠 것을 계획하지만 소심한 라세는 끝내 도주를 포기하고 두 부자는 결국 헤어져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나는 이미 늙었고 연약하지만 너는 세계로 나아가 세상을 정복하거라."

어린 펠레는 아버지의 이 마지막 말을 가슴에 새기며 자기 앞에 펼쳐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아간다.

인권이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 두 주인공이 겪는 부당함과 고통은 인권의 홍수 시대를 살면서도 감사를 모르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우리들을 되돌아 보게 한다. 분명 이 시대에도 펠레처럼 인권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을 터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어린 펠레의 모습에 감사할 줄 모르는 요즘의 세태에 비추어 다시 한번 새겨 봄직하다.

▶한줄요약: 19세기 초 덴마크로 이주한 스웨덴계 이주 노동자 라세와 그의 아들 펠레의 고달픈 역경을 다룬 서사극. 얼마전 타계한 막스 폰 시도우의 대표작. 157분. 유투브 구글 플레이 아마존 프라임에서 스트리밍으로 관람할 수 있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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