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산불 다룬 론 하워드의 다큐
집에서 볼만한 영화
리빌딩 파라다이스(Rebuilding Paradise)
하워드 감독이 이번에 또 다시 화제를 소재로 한 영화를 내놓았다.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리빌딩 파라다이스’는 2018년 11월 파라다이스라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작은 마을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 역대 최악의 산불 ‘캠프 화재(Camp Fire)’를 다루고 있다. 마을 면적의 95%(10만 에이커)가 불길에 덮였고 1만8000여 개의 건축물이 전소된 이 화제는 86명의 사망자를 내며 산간 마을 파라다이스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영화의 초반 10여분 정도는 마을 주민들의 스마트폰에 담긴 영상과 뉴스 클립 등을 통해 화재 그 자체에 집중한다. 화재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8마일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불길은 건조한 샌타아나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파라다이스를 잿더미로 덮어 버린다.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다.
발을 동동 구르며 불길에 갇혀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며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마을 주민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이 지나간다. 영화는 참혹한 피해 현장에 머물지 않고 마을 재건에 나선 주민들의 이야기로 옮겨간다.
하워드 감독은 물류 지원과 재난 기금을 기다리는 주민들과 FEMA 관리들이 마찰을 빚는 장면도 잊지 않고 기록에 담는다. 타성에 젖어 있는 관청 사람들의 태도에 좌절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관료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은연중 부각시킨다.
하워드 감독의 영화들에서 자주 접하는 ‘아메리카니즘’은 시기적으로 시의적절한 소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하워드 감독은 2년전 일어났던 참사를 뒤돌아 보며, 좌절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파라다이스 주민들의 ‘인간 승리’를 메시지로 던진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재난을 견뎌야 했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서로를 위로하며 미래를 향해 달려 가는 미국인들의 모습, 산산이 부숴졌던 영혼의 조각들을 다시 추스르는 재건 현장을 보며 그들의 불굴의 용기와 의연함에 박수를 보낸다.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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