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학적 설정 걷어내면 블록버스터 액션이…
테넷(Tenet)
놀란 감독은 전세계 7개국에서 촬영을 한 국제 첩보영화 ‘테넷’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시간의 상대성을 극대화한다. ‘테넷’은 시간이라는 섭리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한 ‘무력감’에 대하여 도전한다.
영화 제목 ‘Tenet’은 앞에서부터 읽으나 뒤에서부터 읽으나 동일한 단어이다. 총을 쏘기도 전에 총알이 통과한 구멍이 보인다. 총알이 뒤로 날아가 다시 총구로 들어간다.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현재의 장면들은 이미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다.
그러나 특정 대상에게만 시간이 반대로 적용된다. ‘테넷’에 등장하는 메인 빌런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는 미래와 과거를 현재에 적용하여 현실 세계에 악역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세상을 파괴하려 한다.
사토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가 인버전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닐(로버트 패틴슨),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전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과 공조를 이루며 사토르의 미래의 공격에 맞선다는 줄거리이다. 핵전쟁보다 더 공포스러운 제3차 세계대전이 암시된다.
오묘한 시간의 상대성 논리와 패러독스에 집착하는 놀란의 자기 반영적 ‘유희’로 인하여 영화는 다소 어렵고 복잡하다. 놀란 감독은 시간을 다룸에 있어 엔트로피(entropy) 물리학을 동원하고 신이 정한 섭리에 대한 인간의 유한성과 피조성 등 실존철학적 의미를 적용한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2시간 반 동안 숨가쁘게 지속된다. 영화는 반전을 거듭하는 액션물의 요소와 놀란만이 가능한 볼거리 제공에 인색하지 않다.
퍼즐같이 복잡한 플롯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2020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영화의 장면 장면에 집중하며 그저 대규모 액션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감상하길 권한다. 현학적 설정을 걷어내면 영화의 골격은 007 시리즈(나를 사랑한 스파이, 골드 핑커 등)와 매우 유사하다.
N차 관람이 필수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놀란이 파놓은 ‘혼란’이라는 함정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극장 개봉을 한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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