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의 영화 리뷰] 아내의 실종에 숨은 파괴적 진실

베이 오브 사일런스(The Bay of Silence)

‘베이 오브사일런스’는 스토리라인을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히치콕의 영화 문법을 추구하지만 히치콕 특유의 서스펜스를 살렸는지는 의문이다. [Vertical Entertainment]

2017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더 스퀘어(The Square, 2017)’에서 뭘 해도 안 풀리는 남자 크리스티안을 연기했던 덴마크 배우 클라에스 방, 우크라이나 출신의 본드걸

올가 쿠릴렌코(퀀텀 오브 솔러스), 그리고 ‘제이슨 본’, ‘뉘른베르크’ 등의 영화에서 선 굵은 악역 연기로 눈에 익은 영국의 정통 연기파 배우 브라이언 콕스가 출연하는 서스펜스 스릴러.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의 바닷가.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윌(방)과 사진작가 로사린드(쿠릴렌코)는 연인 사이로 행복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윌은 로사린드에게 구혼을 한다.

8개월 후 런던의 중산층 지역. 두 쌍둥이의 엄마 로사린드와 윌은 결혼을 했고 세 번째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만삭의 몸인 로사린드는 가족사진을 찍으려다 발코니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지만, 다행히 아기를 출산한다.

윌이 출장을 다녀온 어느 날, 로사린드와 아이 셋 그리고 보모까지도 모두 사라져 버린다. 윌은 그제야 자신이 아내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윌은 로사린드의 사진

케이스 안에서 단서를 발견하고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프랑스 노르망디로 달려간다. 노르망디에 도착한 윌은 아기가 의문사를 당했다는 사실을 접한다. 로사린드의 기이한 행동이 더욱 그를 못 견디게 한다. 윌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로사린드의 계부 밀톤(콕스)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밀톤은 윌에게 ‘자신들만의 영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로사린드와 밀톤 사이에 무언가 비밀이 숨져져 있음이 암시된다. 사진들에 숨겨져 있는 로사린드의 과거,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괴롭혀 왔던 트라우마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서 윌은 로사린드를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운다. 그녀의 드러나지 않은 과거로 초점이 몰린다. 파괴적인 진실이 점차 표면 위로 드러난다.

유럽 대륙을 옮겨가며 진행되는 복잡하고 촘촘한 스토리라인이 깔끔하다. 히치콕의 영화 문법을 옮긴 의도가 보이지만, 정작 히치콕 특유의 서스펜스가 영화에 살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HBO 드라마 ‘석세션’(Sucession)에서 매우 강한 성격의 미디어 사업가 로건 로이 역으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 콕스의 노련한 연기가 눈에 띈다. 쿠릴렌코도 어린 시절 겪었던 악몽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트라우마와 싸우는 로사린드의 고통에 찬 모습을 잘 연기해 냈다.


김 정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