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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55% 아시안 여성 캐릭터 아예 없어

USC 지난해 흥행 톱100 분석…소수계 차별 여전

미국은 근본적으로 소수자 우대 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나라이다. 인종, 성별, 연령, 피부색, 출신 국가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 사망케 한 사건 이후, 소수계 차별을 부당하게 여기는 대중의 공감대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영화산업만큼 대중들의 무조건적 사랑을 받는 분야는 없다.

“극장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는 모든 인종, 모든 세대, 모든 국가, 그리고 모든 남녀의 로망이다. 그러나 영화 산업은 소수계 차별이라는 이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할리웃은, 아직도 리더는 항상 백인 남성이어야 한다는 ‘가부장제적’ 사고 방식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오랜 암묵적 관행이 되어 버린 할리웃의 소수자 차별은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USC애넌버그 언론대학 부속으로 지난 13년간 소수계 관련, 할리웃의 동태를 살펴 볼 수 있는 조사를 발표해온 ‘인크루젼 이니셔티브(Inclusion Initiative)의 보고서가 주목을 끈다. 2019년에 발표된 영화들 중 박스 오피스 수입 실적 톱100에 올랐던 영화들을 토대로 한 최근의 보고서는, 할리웃의 남성 위주, 소수자 차별은 다소 개선되어 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그 수준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해가 갈수록 인종과 성별 면에서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감독, 촬영, 편집 등에 참여한 여성들도 또한 상당 수 증가했다. 그러나 의견을 내고 목소리를 높이는 요직에 고용된 소수계의 수는 여전히 미흡하다.

100편의 영화 중 32편이 소수계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2018년 27편, 2017년 13편, 2007년도에 8편에 불과했다. 여성이 연출을 맡은 영화는 12편. 2007년에는 고작 3편, 2018년에는 6편에 불과했다.

소수계 배우들을 전혀 캐스팅하지 않은 영화도 상당수에 이른다. 45세 이상의 여성 배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영화는 3편, 그 중 흑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영화는 단 1편에 불과하다. 흑인 배우가 아예 모습 조차 보이지 않은 영화도 15편이나 된다.

여성 배우들의 출연 기회는 남성의 반에도 휠씬 못 미친다. 소수계 배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대사가 있는 영화에 출연한 경우는 단 3편, 그 조차도 채 2분을 넘지 못했다. 1.4%만이 LGBTQ 커뮤니티에 속하는 배우들이고 2.3%가 장애인이었다. 반면 112명의 감독 중, 80.4%가 백인이었다. 100편의 영화 중 55편은 아시안 여성을 전혀 캐스팅하지 않았다.

할리우드의 최고 정책 기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아카데미상의 수상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한 작품이 특정 비율 이상의 소수계를 고용해야 한다는 새롭고 획기적인 룰을 검토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2019년 톱 100 영화들 중, 자격 요건을 갖춘 영화는 5개에 불과하다.

하나의 특정 보고서가 영화산업 전체의 생태계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분야보다도 창조적이고 진보적 색채가 두드러진 할리웃이 정작 소수계 고용에 있어서는 답보적이라는 사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사회는 소수계 차별에 저항하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영화산업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개혁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할리우드의 중역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구일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백인 남성중심의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 여전히 갇혀 있는 이들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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