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나 밀러의 연기가 빛나는 ‘관계의 고통’
원더 다클리(Wander Darkly)
영화 초반, 파티에서 두 사람은 결혼한 부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인들에게 굳이 강조하는 에이드리언의 모습을 본다. 떠돌아 다니는(Wander) 그녀의 영혼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그녀의 여정은 불행하게도 어둡고(Darkly)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동반한다.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두 연인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고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채 차 사고를 낸다. 영화는 이후 혼미해진 이들의 잠재의식 속에서 미래와 과거를 넘나들며, 다루기에 불편한 주제 ‘트라우마’에 접근해 간다. 진실을 추구하지만, 진실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미엘 감독은 관객들과 ‘마인드 게임’을 시작한다. 그녀가 동원하는 플래시백 영상들은 주로 에이드리언의 과거 잠재의식 속에 묻혀 있던 트라우마를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관계’란 어찌 보면 대립의 연속이다. 에이드리언과마태오는지속해서 대립한다. 미엘 감독은 두 주인공의 대립 양상을 필요 이상의 세밀함으로 들여다본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말다툼을 벌이고 화해하고 위로하며 친밀한 사랑을 나누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립의 양상은 격렬해져만 간다. 죽음을 의미하는 장면들이 에이드리언의 심리 안에서 그녀를 사로잡는다. 이들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인디 영화 ‘아메리칸 우먼’에서 주목을 받았던 시에나 밀러의 심리 연기가 뛰어나다. 97분간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는 연출상의 문제와 주제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밀러의 고통에 찬 연기가 영화를 끌고 나간다. 배우의 출중한 연기는 종종 비현실을 현실로 착각하게 한다.
상영시간 97분. 등급 R.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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