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가정의 17년 세월 뛰어넘기
페어웰 아모르(Farewell Amor)
얼마 전 헤어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는 월터와 에스터와의 부부관계는 원활하지 못하다. 원 베드룸 아파트에서 새로 시작하게 된 가족의 삶은 기대와는 달리 서로 간의 괴리감으로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도 어색함과 냉랭함만 있을 뿐이다.
월터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와인을 사 들고 집으로 온다. 에스터는 알코올을 마시면 안 된다는 기독교적 윤리관을 들이민다. 한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문화 충돌의 첫 신호이다.
앙골라의 내전을 피해 탄자니아로 피신했던 두 모녀의 트라우마가 간간이 엿보인다. 에스터의 기독교 신앙은 남편과 헤어져 사는 동안 그녀의 삶을 지탱한 동반자였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헌신적’ 신앙은 남편과 딸에게 상처를 주는 동기가 된다.
엄격하기만 한 엄마와 거리감만 느껴지는 아빠 사이에서 실비아는 방황한다. 내성적인 그녀에게 춤은 숨 막히는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호흡의 수단이다. 앙골라의 친구가 만들어 보내준 아프리카 비트에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이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메타포가 된다.
춤은 기묘한 처지에 놓인 세 사람을 다시 ‘하나의 가족’으로 묶어주는 매개체로 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실비아의 뛰어난 춤 실력에 감탄한 친구의 권유로 실비아가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하면서 아버지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어준다.
월터와 에스터는 연애 때부터 춤을 즐겼고 춤에 대한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월터와 에스터 사이에 맴돌던 어색한 거리감을 소멸시키며 다시 ‘온전한’ 부부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역시 춤이다.
탄자니아 출신의 감독 에크와 상이(EkwaMsangi)의 연출 데뷔작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상이 감독은 이민자들이 겪는 문화충돌 안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과 좌절, 그리고 극복을 위한 진정한 용기를 세 사람의 주인공을 통해 보여준다.
상영시간 101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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